페이스북 좋아요, 악용 나빠요

무단 도용 콘텐츠로 클릭 유혹 광고주 모집 금전적 이익 챙겨 페이지 입소문 나면 현물거래도
페이스북 "사전 모니터링 한계" 저작권 침해 대응책 마련 시급

출처 없는 콘텐츠 게재한 페이스북 유머페이지 캡처.

#.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재미있는 영상과 사진을 보는 맛에 받아보던 페이스북 유머페이지의 서비스를 끊었다. 얼마 전부터 페이지 운영자가 올리기 시작한 광고 게시물 때문.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성인사이트와 불법도박 등 눈살 찌푸려지는 광고 이미지들이 김씨의 뉴스피드를 채워가자 결국 '좋아요'를 해지했다.

#. "좋아요 5만명 확보한 페이지 판매합니다. 코멘트 홍보와 이벤트 병행하면서 주당 20만원을 벌었습니다."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 페이스북 페이지 거래글을 올린 운영자에게 연락하자 "다음주에 광고주 3명과 미팅을 잡아놨으니 셋 중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광고를 게시하면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남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유통하고, 이를 금전적인 이득을 얻는데 악용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규제와 사전 예방책이 없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단으로 도용한 콘텐츠로 '좋아요' 클릭수를 올린 후 광고주를 모집해 사적 이익을 챙기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지는 서로 친구를 맺는 개인 계정과 달리 좋아요를 클릭해 해당 페이지의 게시물을 받아보는 서비스다. 주로 기업이나 브랜드, 단체 등에서 운영하며 최근 일반 개인이 웃기거나 감동적인 글과 사진을 게시하는 유머 페이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일부 유머 페이지들이 좋아요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무단으로 도용한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게시하면서 시작됐다. 국내외 방송사 영상물부터 포털의 웹툰과 게시물, 일반인들의 사진까지 퍼 나르고 있어 저작권 침해는 물론 초상권마저 무시하고있는 실정이다. A유머 페이지 운영자는 "게시물은 대부분 인터넷 커뮤니티나 다른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끌어온다"며 "자체 제작한 콘텐츠로 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출처를 밝히지 않은 콘텐츠들이 원작자 몰래 떠돌고 있지만 SNS를 통한 저작권 침해는 모니터링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다. 한국저작권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 관계자는 "우선 피해가 심각한 웹하드와 파일공유(P2P)사이트, 포털을 중심으로 온라인 불법 복제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며 "SNS의 경우 현재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로 공식 전담반은 구성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페이지와 기능이 유사한 포털의 카페나 블로그의 경우 24시간 전담 모니터링 요원이 불법 복제물을 발견하면 법적 효력을 가진 요청서를 발급해 해당 콘텐츠를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무단 도용 콘텐츠 유통에 제재가 없자 일부 유머 페이지는 이를 활용해 금전적인 이득까지 취하고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로 구독자를 늘린 후 광고주를 모집해 게시물과 업체의 광고 이미지와 링크를 함께 올리는 방식이다. B유머 페이지 운영자는 "광고비는 좋아요 클릭 수에 따라 정산된다"며 "한 주에 20만~30만원 가량의 광고비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다수의 좋아요를 확보한 페이지를 통째로 광고업체에 넘기기도 한다.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가 1만명 이상일 경우 수십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최근엔 좋아요 수가 많은 파워페이지 운영자를 찾아 광고거래를 중개하는 업체들부터 대놓고 광고주를 모집하는 파워페이지 운영자 전용 인터넷 카페까지 등장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 정책에 따르면 페이지를 거래하거나 페이지 내 링크를 걸어 업체를 광고하는 등의 모든 영리행위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제3자가 저작권 침해를 신고하면 사후에 운영자의 계정을 정지하거나 페이지를 삭제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 사전 예방책은 물론 법적인 제재가 없어 운영자들은 가이드라인에 개의치 않고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한 유머페이지는 광고영업을 이유로 페이스북에 의해 삭제당했지만, 얼마 후 다른 계정으로 페이지를 만들어 같은 방법으로 다시 이용자를 모으기도 했다. 페이스북 한국지사 관계자는 "알고리즘 기술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하루에도 페이지가 수십 개씩 생겨나 부적절한 게시물과 페이지를 완벽히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콘텐츠의 무단 도용이 불법 광고 영업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며 "SNS를 비롯한 새로운 미디어에 법적인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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