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였네’ ‘낚였어’. 낚시를 실제로 즐기는 사람이 많지도 않건만 요즘처럼 낚시에 관한 단어가 일반에 흔하게 쓰인 적이 또 있었을까. 인터넷 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 ‘낚시’라는 말은 자극적인 제목이나 독특한 이미지에 ‘어이없이 속았음’을 뜻한다. 허망함이 담겨있다. 그러나 진짜 낚시는 다르다. 오히려 반대다. 기다림과 설렘, 느림과 여백, 여유와 사색이 있다. 신간 ‘낚시, 여백에 비친 세상’는 낚시 예찬론으로 채워진 수필집이다. 뉴스나 발언, 책과 사진 할 것 없이 다양한 분야에 ‘낚시질’이 난무하는 요즘, 진짜 낚시의 의미는 오랜 기다림 끝에 찌가 물고기를 낚아채듯 조용하지만 강렬하다. 저자는 10년 넘게 신문사에서 취재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낚시와 환경에 관련된 활동을 하며 자유기고가로 살아가는 중이다. 그에게 낚시는 번잡한 회색 도시에서 떨어져 나와 푸르른 자연 속에서 세상을 조망하는 것. 낚시는 단순한 여가가 아닌 고독에 대한 확인이다. 그리고 물고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은 낚시의 기다림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그 기다림을 통한 시간과 의식의 흐름은 삶에 대한 감동까지 안겨준다. 저자는 낚싯줄을 매만지며 부드러움과 끈질김을, 낚싯대를 휘두르면서 휘어짐과 단단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낚시꾼의 눈으로 본 들판과 야성을 망쳐놓는 인간의 탐욕과 잔인한 어리석음에 대해서는 생태적 감수성으로 비난한다. 동시에 저자는 “강태공(낚시꾼 출신의 주(周)나라 정치가) 신화를 통해 오랜 세월 낚시에 드리워진 엄숙함이나 신비주의적 진지함은 낚시의 감동과 휴식을 가로막는 훼방꾼”이라고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낚시를 위해 어디로 가야 할까. 저자는 “그리움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 답한다. 염부의 땀이 전 염전 근처, 누런 들녘을 적시는 강, 새벽 공기를 가르는 산사의 종소리 근처, 무소의 뿔처럼 혼자 꿋꿋한 연(蓮)밭, 은어가 귀향하는 섬진강…. 이곳에서 전화나 이메일, 영상통화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소통의 절박함을 씻어내라고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