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LPG車정책

정부는 지난 96년말 자동차 관리법을 개정, 승용차 기준을 내년 1월1일부터는 현행 6인승 이하에서 10인승 이하로 바꾸었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승합차로 분류돼 왔던 7~10인승 RV는 LPG사용이 허용되지 않는 승용차로 분류돼 관련법의 개정 없이는 내년부터 생산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LPG를 사용하는 RV차량이 올들어 폭발적인 판매신장세를 보이자 행정자치부는 자동차세·등록세·취득세에 대해서는 오는 2004년까지 승합차 세율을 적용해 주기로 하고 현재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문제는 정부가 7~10인승 RV의 LPG사용과 관련해서는 확실하게 이를 밝히지 않은 데서 혼란이 일게된 것이다. 자동차업계나 소비자들은 정부가 세율 연장방침을 세우자 LPG 사용은 당연히 계속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산업자원부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자 당황해 하고 있다. 산자부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RV에 값싼 LPG 사용을 계속 허용할 경우 비싼 휘발유를 사용하는 경승용차 등 일반 승용차와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휘발유 세수 감소도 사용금지 이유 가운데 하나다. 자동차업계로서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선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는 데다 내년도의 매출감소도 발등의 불이다. 자동차 3사는 RV개발에 모두 1조원 가까운 거금을 쏟아 부었다. 내년까지의 매출감소분을 포함한다면 총 6조원 안팎의 손해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자동차정책과 관련, 그동안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한 것도 한 두차례가 아니다. 자동차정책도 부처마다 흩어져 있어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 이번 경우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7~10인승의 RV가 LPG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점을 당연히 예상, 미리 원칙을 알렸어야 했다. 막상 연도말이 가까워 오자 LPG 불허로 나오는 것은 책임있는 당국자의 취할 태도가 아니다. 자동차업계가 모처럼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경과규정을 두어서라도 LPG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경제도 살리는 길이다. 차제에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서라도 LPG 사용을 적극 검토해 볼 일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