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퓰러사이언스 4월호] "암 발생원인 유전자 아닌 염색체"

암의 원인이 유전자가 아닌 염색체라는 새로운 해석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듀스버그교수는 버클리에서 열린 과학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의 가설이 옳다면 암의 진단 방법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고 지금보다도 훨씬 조기 발견이 가능해 진다. 정상적인 인간 세포는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암 세포는 정상세포보다 2~3배가량 많은 염색체를 가진다. 일부 경우에는 염색체가 누락되거나 손상되기도 한다. 이수체라고 하는 이러한 염색체 이상과 암과의 연관성은 1914년 처음으로 제기됐지만, 과학자들이 종양의 성장을 유발하는 종양 유전자를 발견하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몇 개의 종양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그 결과로 끊임없는 세포 분열이나 암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듀스버그는 그러한 조건에서 항상 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종양 유전자를 가진 쥐를 유전자 조작으로 수없이 많이 만들어냈지만, 이 가운데 종양이 발생한 경우는 드물다고 그는 강조했다. 듀스버그는 이러한 주요 암 이론 사이의 극명한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담배 연기와 같은 발암 물질이 세포로 하여금 기형 염색체를 가진 자식 세포를 만들도록 한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듀스버그의 암 이론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들은 이수체가 암의 부작용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과학자들은 그의 이론이 쓸모 없음에도 불구하고 암의 원인에 대한 발상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양정록기자 jr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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