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경제 감속이 문제일까


'4%대 성장'도 추억해야 하는 우리가 7%씩 성장하는 중국 경제를 놓고 '저성장'을 걱정한다. 매년 10% 가깝게 몸집을 키웠던 중국 경제에 기대어 성장해온 우리 경제로서는 체감적으로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13억 인구에 세계경제의 핵심 축으로 커져버린 중국이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을 지속한다면 이 역시 국제 원자재 시장에는 재앙일 것이다. 지구가 물리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인류의 성장공간은 중국 때문에 부쩍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수요에 연동된 중국의 수출지표가 악화하거나 금융시장이 일시적 충격을 받을 때면 어김없이 경착륙 주장이 힘을 얻는다. 반면에 투자열기가 치솟고 대도시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일 때도 우린 머지않아 파열음이 날 것이라며 걱정을 숨기지 않는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7%를 올해 성장 하한치로 제시한 것은 어찌 보면 정치적 선택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지나친 우려 우리 기업엔 독

2000년대 초반에는 중국 은행 부문의 부실채권(NPL)이 국제투자은행 분석가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국유경제 체제를 꾸리고 있는 중국이 정부 실탄으로 국유은행의 부실을 청소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었지만, 중국 경제 몰락론으로까지 비화됐다. 지난해부터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지방정부 채무나 그림자 금융의 존재도 그 규모가 선진국경제보다 심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의 몰락을 재촉하는 징후로 읽히곤 한다.

중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합리적 우려는 과도한 낙관주의를 제거하고 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쏟게 만드는 등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있다. 문제는 과도한 우려가 불러올 기회의 상실이다. 근거가 박약한 세몰이식 비관주의는 시장기회를 놓치거나 준비를 소홀하게 해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해 3%대 성장목표도 버거운 우리 경제가 두 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는 7배 큰 이웃 경제에서 활력을 찾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산술적으로 따져보자. 올해 7%대 성장을 통해 늘어날 부가가치는 2000년대 중반의 10% 성장기 때보다 크다. 덩치가 커질수록 성장세가 둔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조정과정이다. TV시장의 경우 올해에는 역사적으로 낮은 8% 미만의 성장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렇게 늘어날 800만대 신규시장은 우리 내수시장 400만대의 거의 2배에 해당한다. 부동산시장도 옛날 같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올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8억㎡의 시공면적은 우리 국토 전체 착공면적의 8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로 추정된다.

현지화 역량 키우는 계기 삼아야

우리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오롯이 성장세의 감속에서 오는 것일까. 그보단 감속 성장이란 동전의 안쪽 면, 즉 성장패턴의 변화가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수출 투자 중심의 성장패턴이 소비주도 성장으로 차츰 변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제공해야 할 가치도 보다 중국 소비자 지향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가치는 오랜 기간 현지 시장에 천착해 게임의 룰을 익힌 기업이 더 잘 제공할 수 있다. 중국 토종기업들이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이런 경쟁구도로 몰리고 있는 탓이다.

고성장기 시장확대기에는 중국 시장에 참여한 기업들의 실력 차가 도드라지지 않았다. 토종기업과 외국기업의 제품 경쟁력이나 현지화 역량 등도 모두가 좋은 성과를 나눠가질 땐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그러나 시장흐름이 안정적으로 변모하는 순간 외국기업들의 중국 내 시장역량은 도전 받을 수밖에 없다. 7%대 감속성장을 걱정할 시간여유가 있다면, 현지화 역량을 키우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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