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변해야 산다/(上)지역별 양극화 심화] 수도권 공장만 선호… 지방 `텅텅`

흔히 `공단`이라 불리는 전국 30여개 국가산업단지는 지난 64년 구로공단(현 디지털산업단지)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개발된 이래 경제성장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산업단지는 제조업 전체 생산액의 35.6%를 차지할 만큼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과 더불어 산업단지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제조업의 산실인 국가산업단지의 현황과 문제점을 알아본다. “사업 잘 돼서 공장을 증설하려고 해도 땅이 없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경기도 시화공단에서 4년째 크레인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해온 J(54)씨는 최근 공장증설을 위한 입지를 조사하던 중 분통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수도권에서는 도무지 신규 공장부지를 구할래야 구할 수 없었기 때문. 이미 입주해 있는 시화공단에는 지난해말 3만여평 분양 이후 남은 땅이 없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 다녀도 사정은 비슷했다. 수도권 인근 공단은 상시 초과수요 상태여서 불황에도 임대공장 이외에는 적정규모의 부지를 찾기가 힘들었다. “지금 300여평의 공장을 쓰고 있는데 500여평을 추가로 증설하려고 해도 도무지 방법이 없어요. 앞으로 부지개발은 더 힘들 거라고 하지, 그렇다고 공단을 떠나 개별입지로 가려고 해도 법이 바뀌어서 3,000평 이하면 어림도 없습니다.” 서울 디지털산업단지, 인천 남동공단, 경기도 시화ㆍ반월 공단 등 수도권 공단에서 심각한 입지난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이 지방이전을 꺼리고 수도권 인근 공단을 선호하고 있으나 더 이상 남은 부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공장부지수요를 메워주던 개별입지가 올해부터 시행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개발이 제한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수도권 공장총량제과 개별입지 제한에다 산업단지의 부지 부족 등 3중고를 겪어 향후 수도권에서의 공장 신증설이 거의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도권 공단, 공급 부족으로 땅값만 올라= 국가 전체 공장 중 70%가 산업단지를 제외한 개별입지에 설립돼 있다. 올들어 바뀐 법으로 3,000평 미만이면 공장 신증설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중소기업 대부분은 1,5000평 미만의 부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산업단지 입주도 힘들다. 중소기업 전용단지인 경기도 시화공단은 불황에도 불구, 적당한 분양매물을 찾기 힘든 상태다. 업체가 부도를 맞지않는 한 사업이 힘들어도 매물을 내놓는 대신 임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도 시화공단에서 J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P씨(48)는 “요즘에도 몇 건씩 공장매물이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온다”며 “이곳은 항상 수요가 많아 매물이 나오는 대로 족족 나간다”고 말했다. 심지어 몇몇 공단은 부지부족으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최초 분양가보다 2배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시화공단의 경우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처음 분양할 때는 평당 70만~80만원 하던 것에 비해 중개업소를 통해 재거래 되는 가격은 평당 150여만원 선을 호가하고 있다. ◇아무리 땅값이 싸도 지방은 안 간다= 반면 지방공단은 최저 20%대의 분양률을 보이며 텅텅 비어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수도권 공단을 고집하며 이전을 꺼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공단에 비해 인력수급이나 물류 편의면에서 월등히 앞서기 때문이다. 실제 전남 대불공단에서 컴퓨터 부품을 생산하는 A전자는 공장증설을 위해 3년 전 이 곳으로 이전해 왔지만 물류, 인력 등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항공운송을 통해 수출을 해온 터라 인천국제공항으로 제품을 보내야 한다. 운송거리가 멀다 보니 수도권 공단에 위치한 경우보다 무려 3배 이상 높은 물류비용을 물고 있는 상태다. 인근에서 고급 전문인력을 구하기 힘든 것도 문제다. 이 회사 K 부장(43)은 “사내에서도 괜히 옮겨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지가가 수도권보다 싸다고 해도 추가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옮겨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7%대의 전국 최하위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는 강원 북평의 P사 관계자는 “자꾸 지방 공단 땅값을 싸게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미 땅값은 저렴하다”며 “땅값보다는 기업활동을 잘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방으로 이전할 것을 종용 받는 업체들은 일부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공장증설 허가를 받지 못한 경기도 화성의 한 업체 사장은 “수도권의 공장을 규제한다면서 왜 일관성 없이 외국계 기업만 허가를 내주느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보다 적극적 인센티브 제시돼야=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업단지나 공업지역 입지도 2000년까지 공장총량규제를 한 판국에 이제 와서 개별입지 공장규제를 풀 수는 없다는 것. 국가산업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환경문제 등을 이유로 향후 추가단지 조성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산단공 서부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향후 300여만평 정도 추가조성하자는 건의가 많지만 실제로 이뤄질지 전망은 불확실하다”며 “업체들은 남은 땅 없냐고 난리인데 대안이 없어 답답하다”고 전했다. 한편 공단 관계자들은 수도권 과밀화 방지도 중요하지만 상시적인 수급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단공 조사연구실 임종인 박사는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단순히 이분화하기보다 비수도권도 지방별, 업종별 차별화를 통해 전문산업단지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특히 단순 지가인하 이외에도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세제혜택 등의 인센티브 제시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현상경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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