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국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에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3자 회동을 전격 제안하면서 파행을 거듭해온 국회가 정상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같은 제안에 입장 표명을 유보해 만남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박 대통령이 민주당에게 3자 회동을 제안한 후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회담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을 전격 제안한 것은 정기국회 파행이 계속 지속된다면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경기 활성화 및 세제개편 관련 법안, 내년도 예산안 등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하지만 여야는 국회 의사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특히 장외에 나가 있는 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 이슈를 지속적으로 끌고간다면 박 대통령의 정국해법도 탄력을 받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와 관련, "이번 3자 회담을 통해 국정 전반에 관해 여야가 하고 싶은 모든 문제와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국민이 갖고 있는 의구심과 정치권의 의구심을 털고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회담 형식과 의제에 대해 여야 대표 및 원내 대표 등을 포함한 5자 회담에서 민생 현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이날은 3자 회담으로, 또 논의대상도 국정 전반 문제로 방향을 전환했다. 일단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도 회담 테이블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청와대의 제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제안의 배경과 의도를 파악 중"이라며 "정확한 제안 내용을 알아보고 답하겠다"고 밝혀 회담 수용과 거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후 2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입장 표명 유보 방침만을 나타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정원 개혁 등 민주주의 회복방안이 주제가 돼야 한다"고 짤막하게 입장을 전달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입장 표명 유보를 결정한 것은 청와대에게 주도권을 뺏겼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입장을 내놓기까지 시간을 끌면서 회담의 성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내놓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이후 결과물을 여야 대표에게 알리는 자리에서 회담을 해봐야 정치적 이득이 없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에 따라 민주당의 회담 참여를 촉구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민주당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박 대통령이 제안한 회담을) 받아주기를 바란다"며 "청와대 제안이 민주당의 의견 대폭 수용한 제안한 것이고 회담 장소를 국회로 정한 것도 전향적인 것인 만큼 민주당의 결단만 남아 있다"고 촉구했다.

다만 민주당이 입장을 바꿔 청와대가 제안한 3자 회담을 받아들일 경우 국정원 의혹과 개혁 등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그동안 국정원 개혁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만큼 이번 회담에서 국정원 개혁에 대한 결과물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달 초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하면서 장외 투쟁에 돌입한 뒤 8월27일부터 노숙을 벌여오고 있다. 국정원 개혁 문제는 청와대 입장에서는 다루기 껄끄러운 주제가 될 수 있지만 민주당 측의 장외 투쟁의 최대 명분인 만큼 어떤 방식이라도 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