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딜로 꼽히는 우리투자증권 매각 주관사 선정에서 국내 토종 증권사들이 배제됐다. 경쟁사 간 실사를 진행할 경우 영업 비밀이 외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해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계 IB 업체들만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서(REF)를 발송했다.
우리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의 매각 주관사에 국내 IB를 포함시킬 경우 경쟁사 간 내부실사를 진행하는 일이 벌어져 민감한 내부정보나 영업 노하우 등이 유출될 수 있어 처음부터 배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역시 같은 업종에 있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경쟁은 덜 하기 때문에 외국계로 한정한 것"이라며 "증권사 이외에 은행 매각 등에 있어서는 삼성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IB들은 아쉬워하는 눈치다. 최근 IB 업계가 고사 위기에까지 몰린 가운데 우리투자증권과 같은 대형 거래 하나만 맡아도 1년치 농사를 다 지을 수 있다. 글로벌 IB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국내 대형증권사 입장에서는 우리투자증권 매각과 같은 대형 거래를 통해 트랙 레코드도 쌓을 수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매각 주관사로 외국계를 선정하는 것은 업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면서도 "지난해 ING생명 매각 주관사 역시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선정됐고 셀트리온은 처음부터 JP모건으로 선정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애초부터 경쟁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은 국내 IB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는 다음달까지 매각 주관사 선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투자증권(지분율 37.85%)과 우리아비바생명(51.58%), 우리자산운용(100%), 우리금융저축은행(100%)을 묶어 매각할 방침이다. 지분가치는 1조3,000억~1조 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