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금융개혁의 완결은 신용거래

정치권의 뒤에 숨어 금융개혁의 칼날을 적당하게 비켜가던 충북은행에 대해 금감위가 8일까지 합병대상(조흥-강원이 확실시)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림에 따라 은행권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완결됐다. 서울은행 외국인주인찾기와, 일부 지방은행경영정상화 등의 문제가 부분적으로 남아있기는 하나 시간문제일 뿐이고 새로 짜여지고 있는 「판」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집짓기로 치면 터파기 거푸집쌓기에 이어 기둥세우기가 거의 마무리된 셈이다.여기에다 오는 12일 한미은행으로 시작되는 은행주총에서 은행지배구조의 새 틀이 마련되고 경영진도 새로 선임되면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정비에 이어 소프트웨어적인 개혁을 꾸준히 추진할 경우 2000년엔 자산이익률(ROA) 1~1.5%,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10%라는 우량은행으로 거듭난다는 게 정부나 은행 모두의 목표이자 다짐이다. 은행들의 「대변신」은 누구나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기업과 가계 사이에서 중간고리 역할을 하는 은행들이 강해지면 나라경제로 봐선 중간허리가 강해지는 것과 같은 탓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선진국형의 금융서비스를 갖추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특히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그렇다. 부실을 털어내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목소리는 크지만 고객들을 얼마나 「사람대접」 해주겠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물론 은행들은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들 입장에서 진정한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90도 허리굽혀 절을 한다든지, 여행원이 상냥한 미소로 응대한다든지 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신용을 존중받는 일이다. 고객으로서 은행에 기여한만큼 대접받으면 충분하다. 현실을 돌아보면 아직도 참담하다. 아무리 은행거래실적이 좋더라도 그걸로 끝이다. 대출을 받으려면 얼마 안되는 금액이라도 보증인이 없이는 안된다. 담보대출관행은 아직 거론할 단계도 아니다. 「최우수고객」이라는 칭호는 립서비스에 그치고 만다. 현단계에서 거론할 신용을 대접하지 않고선 금융개혁은 「미완」으로 남을 수 밖에 없고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는 없게 된다. 소비자보호원 조사결과 전국민의 3분의 1이 빚보증의 피해자. 현금이나 수표사용을 가급적 줄이고 선진국형 금융관행을 정착시키려는 노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현금위주의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가계수표(PERSONAL CHECK)를 정착시키는 데 은행들이 앞장서야 할텐데 전혀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막연히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탓할 뿐이다. 사실 선진국의 은행들은 소수의 인력으로도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창구직원들을 단순한 여수신업무에서 해방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계수표 위주의 거래관행은 은행의 코스트를 절감시킬 뿐만 아니라 검은 거래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사회적 여건의 미성숙을 탓하기 앞서 신용사회의 중심인 은행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금융개혁이 은행의 경쟁력강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용사회의 정착으로 완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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