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2월 19일] 은행 자본확충펀드 조기 집행이 중요

정부가 은행의 자본을 늘려주기 위해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건전성을 확보하면 내년 한해 동안 중소기업 등에 50조원의 신규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은행들에 정부지원 대가로 중소기업과 서민가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로금리 및 양적 완화 정책으로 외환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원화 자금난을 해소해 실물경제 회복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소 늦었지만 일단 바람직한 조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자본확충펀드는 은행들에 가입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지원신청 방식이다. 실제로 얼마나 가입할지 아직 불투명한 분위기다. 은행들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10.86%이다. 8% 이상이면 경영개선 권고를 받지 않고도 정상영업을 할 수 있는데 금융감독원이 내년 1ㆍ4분기 말까지 자기자본비율을 12%로 높이고 기본자본비율도 9%는 돼야 한다는 요구에 은행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 “지원하더라도 경영권 간섭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과도한 BIS 비율 목표치를 설정한 것 자체가 깊은 정부 개입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는 먼저 이런 불신부터 해소해야 한다. 한편 펀드 지원을 통한 자본확충이지만 사실상 공적자금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회생 불가능한 기업의 퇴출이나 구조조정도 강화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BIS 비율 목표치를 높게 정한 이면에는 내년에 부실기업의 과감한 퇴출 등으로 자연히 BIS 비율이 하락하는 부분까지 감안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정부 지원은 지원대로 받고 현장에서 기업구조조정은 제대로 안 하는 사각지대가 생기면 추후 더 큰 부실기업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자본확충펀드의 도움을 받은 뒤에도 정상적인 기업대출 등을 늦추는 것과 똑같이 도덕적 해이에 해당된다.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단기실적과 덩치 키우기에 급급하다 오늘의 위기를 자초했다. 금융권에 대규모 자금이 지원되는 것을 계기로 현장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최소한의 금융감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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