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D-2] 왕즈러 "美, 위안화 탓만 말고 경제구조부터 바꿔야"

[인터뷰] 왕즈러 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소 교수
글로벌 무역 불균형 해소하려면 환율시비 벗어나 근본적 접근 필요
한국, G20서 적절한 이슈 유도로 선진-개도국간 이견 조율 역할 기대


"글로벌 무역 불균형의 원인으로 위안화 문제를 지목하는 미국의 태도는 문제가 있습니다. 설사 위안화가 대폭 절상된다고 해도 미국은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상품을 구입할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무역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소의 왕즈러(王志樂ㆍ62ㆍ사진) 교수는 "미국의 무역적자는 근본적으로 자국의 경제구조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국내 경제구조를 전환시켜나가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번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저평가 문제가 부각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 근현대 경제사를 전공한 왕 교수는 지난 1990년대 초부터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전략 등 대규모 기업 경영 연구에 천착해왔으며 중국 내 투자 부문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다.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은 동북아지역, 특히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해 중간자 입장에서 줄곧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번 회의에서도 한국은 글로벌 차원에서 적정한 이슈 유도를 통해 선진 강대국 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한국 대기업의 중국에서의 성공적인 투자가 증명하듯 한국과의 협력이 중국 국제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ㆍ발전시켜나갈 것이다. -이번 G20 회의에서도 환율문제, 특히 위안화 저평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등 서방국이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어 중국 상품이 저가로 수출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일부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산업구조 하에서는 중국 상품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다른 나라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 위안화 절상이 근본적인 해결고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글로벌 불균형 문제는 환율 문제를 벗어나 좀더 근본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문제가 이번 회의의 이슈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 ▦서방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때문에 자국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는 단순 논리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희토류 문제는 저간에 흐르는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살펴봐야 한다. 즉 중국이 희토류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세계의 3분의1에 그치고 있다. 이는 현저히 균형을 상실한 것이다. 중국은 이 같은 기형적 구조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급격하게 희토류 수출 물량을 줄일 경우 상대국에 피해가 클 수 있는 만큼 G20에서 이 문제가 이슈가 된다면 중국이 자국의 입장을 충분히 밝히고 각국이 중국의 수출 제한 필요성과 방식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환율 문제를 벗어나 좀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예를 들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각국이 상호 투자를 적극적으로 촉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국의 대미 투자를 적극 개방하고 유도함으로써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중국의 수출흑자 중 상당수가 미국 등 선진국의 다국적기업이 중국에 투자해 밖으로 수출하는 부분이다. 미국은 중국의 국영기업이 시장논리가 아니라 정치ㆍ국가 차원에서 경영되고 있다며 국영기업의 투자를 제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하지만 중국 국영기업은 이미 시장화했고 중국 정부가 배후에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 미국이 일부 첨단기술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데 이를 전향적으로 해제하는 것도 양국 무역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프랑스를 방문해 102대의 에어버스 항공기를 구매하는 등 유럽과의 무역ㆍ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미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중국의 대외투자 목표는 명백하다. 국내 생산력의 국제시장 활용, 대외투자를 통한 기술 도입, 철광석 등 에너지 자원 획득 등 세 가지다. 호주ㆍ아프리카 등에는 자원 투자를 하고 있고 미국ㆍ유럽 등에는 기술과 시장을 획득하기 위한 투자가 진행될 것이다. 이는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의 투자 모델과 비슷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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