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의약품 상호인정협정 추진

정부, 21일 한미FTA 싱가포르 별도협상서 제안키로
美난색 불구 국내 제약품 수출확대 겨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 중인 정부가 국내 제약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미국에 의약품 상호인정협정(MRAㆍMutual Recognition Agreement) 체결을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호인정이 이뤄질 경우 식약청을 통과한 국내 의약품은 자동적으로 미국의 엄격한 의약품 관리규정도 함께 통과한 것으로 인정돼 해외 제약시장에서 월등한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동남아 제약시장에서 국내 제네릭(카피약), 바이오 제네릭, 백신 제품 등의 판로를 대폭 넓히겠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양국간 의약품 관리 수준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을 이유로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FTA 의약품-의료기기 별도협상에서 미국 측에 의약품 상호인정협정 체결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ㆍ식약청ㆍ외교통상부 실무자로 구성된 의료분과 협상단은 이번 별도협상에서 미측에 공식적으로 의약품 관리절차와 관련한 양국간 ▦우수의약품제조기준(GMP) 상호인증 ▦식약청-미국 식품의약국(FDA)간 상호인증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21일 미측과의 협상에 참석할 예정인 전만복 보건복지부 한미 FTA국장은 “협상의제 중 제네릭과 바이오 제네릭 의약품 관련 규정을 양국이 상호 통일시키고 서로 통보하는 절차를 구축하자는 내용이 있다”며 “상호 규정이 인정될 경우 미국이 한국 제약품을 인정하는 효과를 가져와 국내 생산 제품의 공신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미국은 그러나 극히 제한적 수준에서 필요에 따라 GMP 상호인정협정을 허용하고 있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의약품 관리수준은 아직 미국에 비해 많이 뒤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국내 의약산업 업그레이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FTA 협상에서 정부가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6월 FTA 1차 협상 때 우리측에서 비공식으로 미측에 이 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당시 미국측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었다”고 말해 실제 상호인정협정이 체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전망이다. 1차 협상 당시 미측은 우리 정부의 요구에 대해 “지금까지 미국이 다른 수많은 국가와 FTA를 체결하면서 MRA를 체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의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의약품정책팀장은 “미국의 의약품 관리 수준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며 “만약 협정이 체결된다면 한국의 의약품 관리 수준이 미국이 신뢰할 수준으로 다다르는 향후 시점에서 협정을 체결한다는 전제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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