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제주도 미군기지' 타진

한, 공작원 대북 침투방안도 거론

26일 공개된 베트남전 관련 외교문서에서는 정부가 미군기지를 제주도에 유치하는 방안을 미측에 타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68년 5월27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한미 국방각료회담에서 최영희 국방장관은 주일 미군기지의 한국 이전을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 최 장관은 "일본에서 미군기지 철거 요청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 이동해 올 것을전적으로 환영한다. 필요한 토지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닛즈 미 국방차관은 "(기지이전은)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일이어서 간단하게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듬 해 6월3일 서울에서 열린 2차 국방각료회담에서는 이전대상 지역이`제주도'로 구체적으로 거명됐다. 임충식 국방장관은 회담에서 "일본에서 반환 요구가 일고 있는 오키나와 기지를미측이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라고 주일미군기지 동향에 관심을 표명했다. 데이비드 패커드 국방차관은 "오키나와 기지는 이 곳(아태) 군사지역 전역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미국 정부가 서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했다. 그러자 임 장관은 "우리 제주도에 공군기지하고 해군기지를 만들어 줄 것을 제의한다. 제주도에 만드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실질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뜻밖의 안을 제시했다. 제주도에 해.공군기지를 건설해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복안을 내비친 셈이다. 당시 미국 조야에서 일고있던 미군 철수 움직임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보인다. 반면 패커드 차관은 "(임 장관의) 제의에 감사한다. 제의를 염두에 두고 세계적인 기구를 포함해서 연구를 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1차 각료회담에서 최 장관은 한국군의 취약한 정보 수집력을 거론하면서 북한지역에 공작원을 침투시키자는 안도 내놓았다. 최 장관은 "우리가 국제법 준수 범위 내에서 제3국이나 일본, 그리고 자체 수단을 통해 대북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나 앞으로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제법을 준수하기 때문에 현재는 공작원을 북한에 보내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는 해야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브라운 주한 미대사가 정색을 하면서 "첩보원을 북한에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보느냐"고 묻자 최 장관은 "그렇다. 내가 헌병사령관 당시 첩자를 보낸 일도 있고사진도 찍은 일이 있으니 또 다시 북한에 첩자를 보내는 것은 가능하다. 한국은 할수 있다"고 호언하기까지 했다. 휠러 장군도 "북한에 침투하는 것은 남한 침투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정보수집을 위한 침투라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이 것도 장기적으로 의견 교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거들었다. 국방부는 1951∼1994년 1만3천여명의 북파공작원이 양성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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