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2기 내각] 친박·정치인 대거 발탁… 정책 일방적 밀어붙이기 우려

인수위 참여 인물 등 중용
국정운영 추진 동력 높여 공기업 개혁 등 속도 낼 듯
당정청 친박 일색은 부담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은 친박근혜계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국정운영의 추진동력을 높였다. 여기에 정무감각이 뛰어난 정치인들을 발탁해 당정청 간 소통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세월호 참사와 6·4지방선거를 통해 민심 이반이 깊어지고 있는 점을 확인한 만큼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통한 민생경제 회복과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로 대표되는 국가개조를 위해서는 핵심 측근들을 발탁해 국정운영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완구 원내대표(새누리당)-최경환 경제부총리(정부)-김기춘 비서실장(청와대) 등 당정청 수장들이 친박 인사들로만 채워져 여론 수렴 과정을 소홀히 한 채 주요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친박 '친위대' 통해 국정운영 속도=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내각개편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정책조언을 했거나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친박 인물들을 대거 등용하는 등 '친위대'를 통해 국정운영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국민들에게 전달했다. 이는 지난 12일 청와대 참모진을 새로 짜면서 경제 분야 책사인 안종범 경제수석과 대선 기간 그림자 수행을 맡았던 조윤선 정무수석을 발탁한 것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때 비서실장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안 경제수석과 굳건한 '투톱 체제'를 구축해 규제 완화, 공기업 개혁 등 지지부진한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비서실장과는 17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같이했고 대선 과정에서도 호흡을 맞춰 청와대와도 원활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도 2012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할 때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것을 인연으로 친박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대선 당시 박근혜 대선캠프 공보단에서 공보위원을 맡아 박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내각 주요 포스트에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친박 친위대를 포진시킨 것은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와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 파문으로 내각 구성과 국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관료는 줄이고 정치인 대거 발탁=박 대통령은 관료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적폐(積弊)를 척결하고 공직사회 개혁에 고삐를 죄기 위해 관료 대신 정치인을 중용했다.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가 관료사회 혁신인 만큼 개혁의 대상인 관료가 아니라 정치인 등 비(非)관료를 통해 개혁의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개각 직전까지 1기 내각에서 관료 출신은 9명에 달했지만 2기 내각에서는 6명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1기 내각에서 2명에 그쳤던 정치인은 이번 개각으로 최 후보자를 비롯해 정성근 문화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모두 4명으로 늘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는 관료들을 중용했지만 2기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 개편을 통해서는 정치인들을 대거 발탁하는 등 인선 스타일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정과제와 관련된 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정부조직법, 관피아 추방을 위한 공직자윤리법,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등 국가개조에 필요한 주요 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여야 간 정쟁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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