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할 금융사들 간의 '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론스타가 최근 인수에 직·간접적으로 관심을 보인 국내외 투자가들의 속내를 떠보자 인수전 참여가 유력한 국내 대표주자들은 인수합병(M&A) 비밀유지동의서(CA) 제출 '보이콧'이라는 카드로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금융사 "급할 것 없다"=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ㆍ하나금융지주ㆍ산업은행 등 국내 대표 금융지주사들은 외환은행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보낸 M&A CA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국내 대표주자들이 겉으로는 '회장공백' '정부 승인' '관심 없다' 등의 이유를 내세워 론스타의 공개입찰에 응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속내는 좀 다르다고 보고 있다. 외환은행 공개입찰로 외환은행 매각가를 올리기보다는 공개입찰 기간이 지난 후 비공개입찰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오는 6월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외환은행 공개입찰에 관심을 보일 국내외 투자가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공개입찰에 참여해 외환은행의 몸값을 올리기보다 그 후 비공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금도 매각가가 높은데 굳이 나서 가격경쟁만 부추길 필요는 없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급해지는 쪽은 론스타지 인수참여자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론스타 '주판알 튕기기'=국내외 금융권에서는 이번 론스타의 외환은행 공개입찰을 분위기 전환용으로 보고 있다. 또 공개입찰을 통해 그동안 인수에 직·간접적으로 관심을 보인 국내외 투자가들을 '솎아내기'하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포함해 정부의 금융시장 재편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미국의 한 사모투자펀드(PEF)의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외환은행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매각주관사인 CS를 통해 인수의향이 높은 곳을 파악하면서 금융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번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론스타도 6월 지방선거와 우리금융 민영화 등 한국 내 변수가 많아 매각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6월 말로 마감시기를 못박아둔 것은 그 이후 시장상황을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