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실트론 올해는 증시 입성할까

D램 수요 늘자 IPO 재도전 모색
시기는 일러야 하반기에나 구체화
시설 투자금 필요성 커지려면
태양광 업황 회복이 최대 관건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시도했던 LG실트론이 올해에는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 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인 LG실트론은 올해 상장추진을 위해 시장분위기를 다시 탐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상장 재도전 시기는 빨라야 하반기에나 구체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실트론은 지난 해 상장을 추진하다 포기했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웨이퍼와 태양광 웨이퍼 등을 생산하는데, 유럽재정 위기 여파로 시황이 나빠지면서 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실트론의 실리콘 웨이퍼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반도체 기초재료에 해당하는 데, PC 등의 정보기술(IT) 기기 수요와 직접 연동된다. 태양광 웨이퍼도 태양광 업황에 따라 실적에 큰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에는 유럽재정 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LG실트론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 때문에 상장을 위한 공모가 산정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LG실트론의 상장 주관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증시 부진으로 결국 가격이 맞지 않아 상장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된 데다 미국 경기회복에 따른 D램 수요 증가기대감이 살아나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시 LG실트론에 쏠리고 있다. 이선태 NH농협증권 연구원은 "HDD 공급 차질 문제가 개선되면서 PC판매가 안정화되고 모바일 기기의 하드웨어 사양강화로 D램 장착량이 증가하는 등 수요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태양광 업황이다. LG실트론이 상장을 하려는 것도 태양광 등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마련을 하기 위한 것이다. 태양광 업황이 살아나야 상장을 준비하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자금을 태양광 웨이퍼 사업에 투자해 시장을 리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실트론은 2010년 신사업으로 태양광용 웨이퍼와 발광다이오드(LED)용 사파이어 잉곳과 웨이퍼 사업에 뛰어 들었다.

그러나 독일의 태양광 보조금 축소에 따른 수요감소로 폴리실리콘, 웨이퍼, 셀, 모듈 등 태양광 서플라이 체인별 가격은 여전히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LG실트론이 4,000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웨이퍼 공장을 증설하려던 계획을 전면 보류한 것만 봐도 아직까지 태양광 업황의 호전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도 LG실트론의 상장 여건은 썩 좋은 것은 아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LG실트론의 신규자금 수요는 태양광 등 신사업 때문에 발생하는데, 업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상장 필요성도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LG실트론은 지난 해 8월 상장연기 이후 지금까지 회사채 발행을 통해 2,100억원을 조달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운용자금과 차입금상환용이다. 눈에 띄는 것은 올해 조달한 1,100억원 가운데 300억원이 시설자금 투자라는 점이다.

당분간 시설투자 자금을 회사채로 충당할 수 있지만, 재무부담 때문에 외부차입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업황이 바닥이라는 판단이 들면 선제적인 투자로 시장을 선점해야 되기 때문에 하반기 태양광 업황의 바닥론이 불거지면 상장 추진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LG실트론 상장주관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장일정을 정한 바도 없고, 회사측과 깊숙한 얘기도 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상장 준비기간은 3개월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하반기에 (상장여부를) 결정해도 늦지는 않다"며 연내 추진 가능성은 열어 놨다.

사모펀드(PEF)인 KTB와 보고펀드의 투자회수(Exit)을 위해서도 LG실트론의 연내 상장 가능성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FI) 성격의 KTB와 보고펀드 등은 2007년말 LG실트론에 투자해 지분의 49%를 보유하고 있다. PEF들은 보통 3~4년안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올해가 마지노선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올해 반도체 업황과 태양광 업황이 동시에 나아지면 PEF들이 연내 상장 요구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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