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1.8GHz는 우리 것" 각축전

국내 첫 이통 주파수 경매
4세대 LTE에 활용 예정… 과열경쟁에 가격 1조 넘을땐 "승자의 저주 초래" 우려도
2.1GHz 단독 입찰, LG유플러스는 '느긋'

17일 오전 9시, 경기도 분당의 정보통신기술협회(TTA) 지하 1층.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관계자들이 각각 준비된 '입찰실'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이 모인 목적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각 통신사들의 미래를 건 경매가 시작된 것이다. 이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1.8GHz. 전세계에서 널리 쓰이며, 4세대 이동통신 '롱텀 에볼류션(LTE)'에 활용될 예정이어서 SKT와 KT가 첨예하게 맞붙었다. 두 회사는 800MHz 대역에도 응찰했지만 우선적인 관심사는 1.8GHz다. 800MHz의 경우 내년 7월부터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주파수 폭도 좁아 이용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 양 사는 할당 받는 주파수를 LTE망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그런 탓에 SK텔레콤의 입찰인으로 나선 하성호 SK텔레콤 대외협력실장과 이경수 KT 유무선네트워크전략본부장은 긴장한 모습으로 경매에 나섰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여유로운 입장. 이날 경매에 부쳐지는 주파수 중 2.1GHz는 LG유플러스가 단독 입찰했기 때문이다. 김형곤 LG유플러스 상무는 "주파수를 받고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3세대(3G) 이동통신망 없이 2세대(2G) 망으로만 서비스를 해 다소 경쟁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2.1GHz 주파수를 활용하면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에서는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10시 전후 경매가 시작되자 각 사는 원하는 주파수의 입찰 가격을 써내기 시작했다. 경매는 라운드 제한이나 가격 상한선 없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측이 주파수를 가져가는 '동시 오름'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 라운드 사이에는 30여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시간 동안 입찰인들은 사전에 지정한 각 사의 의사결정권자 2명과만 전화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800MHz 단독 입찰인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경매 시작 가격인 4,455억원에 주파수를 낙찰받을 것이 유력하지만, SK텔레콤과 KT는 어느 한 쪽이 포기할 때까지 며칠이고 경매에 참가하게 된다. 오남석 전파기획관은 "시간상 하루에 올라갈 수 있는 금액은 400억원 가량"이라며 "경매가 끝나기까지 며칠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1.8GHz와 800MHz의 입찰은 4,455억원ㆍ2,610억원부터 시작되며 각 라운드마다 제시된 최고가격의 1% 이상씩을 더 얹어 불러야 다음 라운드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 상한선이나 과열 경쟁을 막을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경매방식 탓에 일각에서는 '주파수 가격이 1조원을 넘어가 '승자의 저주'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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