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시대의 브랜드 전략

지난 연말 송년모임 약속을 하면서 장소를 정하느라 홍역을 치뤘다.『그 때 그 장소가 어때』라고 말하면서도 서로 음식점 분위기나 대략적인 위치만 기억할 뿐 정확하게 상호를 떠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노래방에서는 다른 사람이 택한 노래를 들으면 『아하 저~ 노래』하고 무릎을 치지만 막상 선곡을 하려면 곡명을 몰라서 쩔쩔매는 사람이 많다. 요즘 벤처업계에는 상호 변경 바람이 한창이다. 산업시대형 이름을 가진 회사들이 앞다퉈 디지털, 네트워크 등 첨단 이미지에 맞는 상호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창업 상담을 했던 50대 명예퇴직자는 곧 도서대여점을 차릴 예정인데 아들이 상호를 「BOOK & BOOK」으로 지어줬다며 기뻐했다. 디지털 시대의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는 주목(注目)경제다. 끊임없이 신상품, 새로운 기업이 쏟아지는 시장에서 고객의 눈길을 유혹하려면 강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업체들은 가격경쟁의 무풍지대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한발 앞서 선점한 도메인 이름이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고, 사업자들은 시대흐름에 맞고 투자자나 고객들로부터 주목받을 수 있는 상호를 찾느라 분주하다. 최근의 브랜드 전쟁을 보면서 새삼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되새기게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비로소 하나의 의미를 지닌 대상으로 나에게 다가온다』는 내용은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다. 혹자는 브랜드 전쟁에 대해 본말이 전도됐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잘못된 지적은 아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막강해지는 브랜드 파워를 보면 시작부터 상호를 신중하게 정하고, 치밀하게 사후관리하는 것은 어쩌면 상품 개발 그 자체 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섣불리 정한 상호나 브랜드가 고객에게 맞지않아 다시 바꿀때는 상당한 비용 을 감수해야 하고 그 것은 고스란히 손실로 떠앉게 되기 때문이다. 소규모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형용사나 동사로 수식해야만 떠오르는 것이 아닌, 단 한마디의 「상호」로 기억될 수 있어야 브랜드 전략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대형 유통센터의 진출, 경쟁점포 출현 등으로 2000년에도 소규모 사업은 격심한 경쟁환경에 놓이게 되는 만큼 브랜드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소규모 사업자가 브랜드 관리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시대 감각에 맞는 이름을 가져야 한다. 70년대에는 제과점이라는 상호만으로 충분했지만 요즘은 좀더 특별한 이름과 분위기를 가져야만 고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떡볶이 가게가 「00대학 떡볶이과」같은 독특한 이름으로 인기를 모았던 사례가 그 것이다. 둘째 부실 브랜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실패한 상호에 미련을 갖는 것은 어리석다. 그 상호를 유지하는 시간만큼 후퇴할 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이미 고객의 신뢰를 잃었다면 새로운 이름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셋째 방만한 브랜드 관리는 실패의 지름길이다. 소호사업자중에는 여러 가지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며 여러개의 명함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여러 종류의 명함을 사용하는 사람중에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넷째 우아한 보통명사보다 투박한 고유명사가 낫다. 상표권 분쟁이 그다지 심하지 않은 소매업계에는 후발 사업자가 성공한 상호를 모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지만 모방 상호가 성공한 예는 드물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자신있다면 독자적인 상호가 더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다섯째 브랜드는 신뢰다. 신뢰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자연히 단골로 연결된다. 시류에 편승해 특징없이 사업을 해나가다 보면 더 큰 경쟁업체에게 먹힐 확률이 높다. 사업의 얼굴인 브랜드나 상호 이미지를 잘 관리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은 경쟁점포의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여섯째 지명도 있는 체인회사를 선택하라. 가맹점주가 아무리 열심히라도 체인점 브랜드 이미지가 낮다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장사가 잘되다가도 인근에 월등한 지명도를 가진 경쟁 체인점이 들어서면 손님을 빼앗기게 된다. 천리안 GO 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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