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세계증시는 사상 초유의 국제금융위기를 맞아 홍역을 치루었다. 아시아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러시아, 남미 등 신흥개도국 증시의 연쇄 폭락으로 어어졌고 급기야 선진증시의 심장부인 뉴욕증시를 뒤흔들었다.사실상 국가부도를 선언한 러시아는 증시가 붕괴됐고 이 여파로 미 대형 헤지펀드가 잇달아 도산, 미 증시도 붕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기도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 유럽의 선진국들은 금리인하 공조를 통해 세계 금융시장의 파국을 모면했다. 미 증시는 다시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있고 유럽증시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일본증시는 2차대전이후 최악의 경기불황을 맞고있는 가운데 불안한 약세행진을 하고 있고 개도국증시는 여전히 금융위기의 불씨를 안은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7월 중순 9,500포인트를 돌파, 1만포인트를 눈앞에 두던 미 증시는 이후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스캔들 확산과 세계 각국의 경제위기 여파로 흔들리기 시작, 9월초 7,600포인트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후 세차례 금리를 인하,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면서 뉴욕증시는 다시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있다. 헤지펀드 부도위기, 앞마당인 남미국 붕괴위기에도 불구, 미국은 증시활황에 따른 소비주도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3·4분기 3.7%의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 미국경제가 90년이래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음이 입증됐다.
최근들어 달러약세를 용인한 미국은 그동안 방치했던 막대한 무역적자 감축과 경기연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호황에 따른 소비주도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이 일시에 폭락할 경우, 미국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것이기 때문이다.
◇일본=1만5,000엔 수준에서 98년을 시작한 닛케이 주가지수는 대형은행들의 잇단 파산과 기업실적 악화, 경기회복전망 불투명 등의 악재로 옆걸음질을 계속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거품붕괴가 꺼지면서 남은 70조엔의 금융부실채권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일본경제를 치유할 수 없고 이에따라 주가회복도 난망한 상황이다. 수차례 수십조엔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으나 미봉책에 그쳐 경제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요컨대 정부의 금융개혁과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일본증시의 앞날이 달려있다. 다만 경기가 2차대전 이후 최악의 바닥으로 떨어진데다 주변 아시아경기가 회복세를 타고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인이다.
◇유럽=유럽증시는 뉴욕증시의 호조와 수년만의 경제회복에 힙입어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중반 사상 최고치 경신을 거듭하던 런던, 독일증시는 후반기들어 개도국위기 여파로 주춤했지만 최근 몇달들어 선진국의 공동금리인하로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특히 올해 유럽통화통합으로 국제자본의 역내 증시유입, 좌파정부의 경기부양책 실시가 예상되고 있어 내년 한해도 견실한 성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대수출시장인 미국이 경기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유럽증시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동아시아=아시아위기 여파로 6,000포인트대까지 밀렸던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는 홍콩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과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주가지지및 금리인하로 지난 12월 21일 1만396.01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의 주식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국은 4·4분기들어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자본통제를 도입한 말레이시아도 그런데로 주가가 상승국면을 타고있다.
그러나 내년 아시아증시는 구조조정, 금융권의 부실채권 해소를 과제로 안고있어 낙관하기엔 이르다. 국제금융계는 아시아 금융시장과 경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있다.
하지만 최근의 엔화강세, 원자재 가격 하락, 금리 안정 등 신 3저는 아시아 경제회복을 앞당길 수 있는 청신호로 해석되고있다.
◇기타 개도국=러시아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사후를 겨냥, 권력암투에 몰두해 있는 가운데 증시는 아직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8월 모라토리엄(국가부도유예)의 핵심원인 중 하나인 재정적자 해소가 관건인데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아 해결책이 요원하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는 경제개혁의 지연을 이유로 러시아에 약속한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고있다.
국제원자재가격 폭락으로 재정위기에 빠진 남미증시도 불안하다. 브라질은 지난해말 국제사회로부터 수백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국가부도상태는 면했지만 외환위기의 원인인 재정적자를 해소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루 수십억달러의 외환이 빠져나가면서 지난해 절반가량 폭락한 브라질 증시는 다소 회복했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의회가 거부하고 있는 등 경제개혁에 차질을 빚고있어 언제 또다시 터질지 모르는 세계경제위기의 뇌관으로 남아있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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