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정례화하나

남북 14일 2차 고위급 접촉
北 "한미 군사훈련 안돼"
1차접촉서 반대입장 표명

남북이 14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2차 고위급 접촉을 갖는다. 다만 북한이 지난 12일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 기간 동안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상봉 행사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북측이 오늘 낮 12시에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자는 입장을 밝혀 우리 측은 내일 오전10시 이를 재개하자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북은 14일 다시금 머리를 맞대고 남북 간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문제 정례화 등이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은 어제 접촉에서 예정대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되 군사훈련 기간에는 상봉 행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자신들의 원칙적인 입장이라고 발표했다"고 밝히는 등 이산 상봉 문제 개최가 현재 난관에 부딪힌 상황이다.

엿새간 열리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일부터 3일간은 우리 측 이산가족이 북측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고 23일부터 3일간은 북측 이산가족이 남측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오는 24일 시작되는 '키리졸브' 훈련과 이틀이 겹쳐 북한이 이 기간에 상봉 행사를 거부할 경우 행사 자체가 전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요구대로 할 경우 23일부터 진행되는 상봉 행사는 진행할 수 없게 되며 우리 정부는 그러한 '반쪽' 상봉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이틀이 겹치기 때문에 상봉이 열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로서는 이산상봉이 지난해 합의돼 추진해온 사항이고 더 이상 연기돼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남북이 이미 합의한 이산가족상봉 준비를 위해 금주 내 선발대를 금강산 지역에 파견할 예정"이라며 "원활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연합 훈련은 별개라는 입장으로 키리졸브 연습을 예정대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키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연습은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며 "방어적 성격의 군사연습과 인도주의적 목적의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9월에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나흘 앞두고 이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바 있어 상봉 행사를 앞둔 이산가족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오는 23일 상봉 행사에 참석할 한 이산가족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도 상봉 행사가 취소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음을 졸이고 있다"며 "이번에 만날 언니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려 해도 혹시나 취소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아직 선물을 고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북은 전날 북한의 핵 문제를 논의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우리는 북한에 비핵화 결단을 촉구했다"며 "이에 대해 북한도 비핵화가 김일성의 유언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핵문제는 기본적으로 남북 간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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