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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추가로 납부해 충격이 컸습니다. 이번에 출시되는 소득공제 장기펀드는 무조건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에 한국투자증권에서 계좌를 개설해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펀드'에 돈을 넣었습니다."(32세 직장인 안모씨)
소득공제 장기펀드(이하 소장펀드)가 처음 출시된 17일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한국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지점으로 소장펀드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펀드 출시를 손꼽아 기다려온 투자자들은 창구 직원과 상담을 한 뒤 펀드를 선택하며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50만원씩 초기 자금을 넣었다. 가입조건이나 세제혜택·투자기간 등을 문의하는 전화도 계속 걸려왔다. 일부 투자자는 소득을 증명할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가져오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KDB대우증권 주요 지점도 점심시간이 되면서 소장펀드에 대해 문의하는 30대 직장인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가입기간이 내년까지로 길다 보니 투자자들이 출시 첫날 당장 가입하기보다는 펀드 구조 및 판매사의 이벤트 등을 좀 더 살피고 가입하려는 분위기"라며 "홍보가 더 많이 된다면 차차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30 직장인들의 안정적 목돈 마련을 위해 도입된 소장펀드가 일제히 출시되면서 증권업계는 물론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날 삼성증권·KDB대우증권·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판매사를 조사한 결과 일부 발 빠른 직장인들이 소장펀드 출시 첫날 일찌감치 돈을 넣었으며 펀드 판매 라인업과 가입조건을 문의하는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시중 대형은행에서는 오전에만 2,000계좌가 넘게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펀드는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연간 600만원을 5년 이상 납입하면 납입액의 40%, 연 240만원까지 소득 공제되는 상품이다.
특히 최근 좋은 성과를 냈던 가치주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30개 운용사 44개 소장펀드 가운데 신영자산운용·한국밸류자산운용·에셋플러스자산운용·KB자산운용 등 가치주 전문 운용사의 펀드들이 가장 많은 판매사를 확보한 상태다. 이들 운용사가 출시한 소장펀드의 모(母) 펀드 수익률은 최근 5년 평균 130%에 이른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근 좋은 수익을 내면서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고 있는 가치주 펀드와 보수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코스피200추종 인덱스 펀드에 일부 투자자들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예상했던 '첫날 대박' 분위기는 아니었다. 가입 시한이 2015년 12월31일까지로 아직 여유가 있는데다 주요 판매사들이 소장펀드 관련 이벤트를 일제히 진행하는 상황이어서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에서 가입하기 위해 실질적인 가입은 미루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이벤트 기간 소장펀드에 월 10만원 이상, 3년 이상 자동이체 약정한 고객에게 금액에 따라 최대 3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을 준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소장펀드 신규 가입 고객에게 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하고 HMC투자증권은 노트북컴퓨터·태블릿PC 등 다양한 경품·사은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6월 말까지 진행하는 등 증권사들의 마케팅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소장펀드 출시 첫날 비교적 가입이 순조롭게 이뤄진 편"이라며 "증권사의 마케팅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펀드온라인코리아까지 오픈할 경우 소장펀드로 추가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