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배당금 2조8000억도 '바이 코리아'

2009년후 본국 송금 줄어 코스피 2000 돌파 기대감


최근 국내 증시상승의 원동력인 외국인이 추가로 '실탄'을 확보해 '바이코리아'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주부터 상장사들이 본격적으로 배당금 지급을 시작하는 가운데 외국인은 전체 배당금 중 2조8,000억원가량을 국내 증시에 재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이 최근 몇 년 동안 배당 수입을 본국으로 송환하기보다 재투자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전체적인 수급 측면에서 상장사들의 배당금 지급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외국인의 순매수세에 속도가 붙어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를 다시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12월 결산법인 461개사가 지급하게 될 배당금 총액은 11조8,23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보유 비중이 33% 수준임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유가증권 상장사에서 받아가는 배당금은 총 3조9,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오는 14일 삼성전자는 총 2조816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이 중 62.45%에 해당하는 1조3,000억원이 외국인 몫이다. 16일에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인 SK텔레콤의 경우 배당금 총액(5,959억원) 중 48.01%인 2,861억원이 외국인에 지급된다. 포스코는 지난 3일 외국인에게 2,531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밖에 현대자동차(2,413억원), 신한지주(2,386억원), KT&G(4,029억원), KB금융(1,932억원) 등 역시 대규모 자금이 외국인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된다.

시장에서는 두둑한 배당금을 손에 쥔 외국인이 상당 부분을 국내 증시에 재투자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외국인은 금융위기가 진정된 2009년 이후 배당소득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규모를 크게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배당금 지급이 몰린 3월과 4월 배당금수입과 채권투자 이자수익이 포함된 증권투자배당지급액 중 국내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지난 2007년 32억120만달러에서 이듬해 25억6,840만달러로 줄었고 2009년에는 9억2,310만달러로 급감했다. 2010년부터는 매년 10억달러 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3월과 4월 증권투자배당지급액 중 해외로 12억2,82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배당금 지급이 거의 없는 나머지 10개월 동안 외국인은 매월 평균 5,540만달러를 국내에서 빼갔다. 이 중 대부분이 채권투자에 따른 이자소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은 지난해 배당금 지급 시즌에 받은 배당금 중 대략 11억달러가량을 본국으로 송금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총액 중 외국인 몫이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약 2조8,000억원가량을 국내 증시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외국인의 본국 송금 수요가 크게 줄었다"면서 "특히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저평가ㅙ 있는데다 원화 강세 흐름도 이어지고 있어 올해 외국인의 배당금 재투자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배당금을 손에 쥔 외국인이 추가로 국내 주식을 살 가능성이 큰 만큼 최근 연일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순매수세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000포인트에 근접하면서 기관의 환매세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며 조정세를 보이고 있는 코스피지수도 재차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반적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어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번주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적지않은 규모의 배당금액이 추가로 증시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수급적 측면에서 지수 상승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저평가 매력뿐만 아니라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기는 어렵다"면서 "외국인의 배당금이 주식시장에 재투자될 가능성이 높아 코스피지수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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