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정규 프로그램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MBC가 월드컵 중계 시청률 선두를 달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MBC의 이런 결과에는 차범근ㆍ차두리 부자(父子) 해설이 바탕이지만 한편으로는 ‘스포츠 뉴스데스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도 꿋꿋하게 월드컵으로 매일 뉴스의 절반 가량을 채우는 이른바 ‘월드컵 올인’ 전략이 단단히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청률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10시 지상파 3사가 동시 중계한 월드컵 ‘호주 대 일본’ 경기의 경우 MBC는 24.6%를 기록해 KBS(12.4%)와 SBS(13.3%)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이 날 경기는 ‘한국 축구의 영웅’ 거스 히딩크가 이끄는 호주팀과 우리의 숙적 일본과 맞붙었다는 점에서 한국 대표팀 경기만큼이나 관심을 모았다. 사실상 한국팀 중계의 ‘전초전’ 격인 셈이었다. 10일(토) 오후 10시 ‘잉글랜드 대 파라과이’전에서도 MBC(18.7%)는 SBS(12.0%), KBS(7.0%)와의 간격을 벌렸다. 월드컵 개막전이었던 ‘독일 대 코스타리카’(10일 오전 1시) 경기에서도 MBC(10.5%)는 KBS(8.0%), SBS(6.7%)를 따돌리고 단연 선두에 올랐다. MBC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차범근ㆍ차두리 부자의 재기 넘치는 해설. 차범근의 핵심을 찌르는 해설과 함께 솔직한 차두리의 말솜씨가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차두리의 말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어록’으로까지 회자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MBC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눈이 곱지만은 않다. MBC는 3사 중 유일하게 13일 낮 12시 50분부터 토고전 경기가 끝날 때까지 무려 11시간 10분간 ‘뽀뽀뽀’를 제외하곤 모든 프로그램을 월드컵 관련으로만 채워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2년여간의 부진을 ‘월드컵’ 한 방에 만회하겠다는 계산이지만 대회가 끝나고 MBC를 이끌어 갈 프로그램은 드라마 ‘주몽’ 뿐이라는 게 MBC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