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업계의 해외 인수업체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면서 매각 및 정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특히 현대전자가 현대-LG 반도체 통합에 따른 자금 마련 등을 위해 해외 인수업체의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전자는 미국 현지 자회사인 칩팩과 맥스터에 대한 일부 또는 전체 매각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은 이에 대해 『미국 현지 주주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공식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현대전자가 반도체 통합 법인에 투자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우량 인수업체를 매각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해 7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3억3,000만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맥스터가 일순위로 꼽히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맥스터는 지난해 2·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 이후 주식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 현대가 일부 지분 또는 전체(60%)를 경영권과 함께 넘기는 방식으로 외자 조달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 조립회사인 칩팩도 매각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11일 지난 95년 이후 6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는데도 경영정상화가 안돼 어려움을 겪었던 미국 컴퓨터 자회사 AST리서치를 정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은 이번 구조조정에서 미국 투자자그룹과의 신설 합작법인인 AST컴퓨터에 AST 브랜드와 PC 관련 특허를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분 참여하면서 AST을 포기했다.
LG전자도 지난해 5월 미국 현지 TV업체인 제니스의 부실을 감당하지 못해 미국 법원에 법정관리와 화의의 중간형태인 미국 파산법 11조(CHAPTER 11)에 근거한 기업회생계획을 마련, 승인을 신청해 놓고 있다. 제니스는 생산기능을 제거한 전문 마케팅·테크놀로지업체로 대폭 축소한다는 게 LG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제니스가 소유하고 있던 멕시코 일반TV(레이노사), 프로젝션TV(후아레즈), 네트워크(치화화), 튜너 등 부품(마타모로스)공장과 미국 CRT(멜로시파크) 등 공장을 매각키로 했다.
이밖에 반도체 통합에 따라 LG반도체가 추진했던 영국 웨일즈 반도체공장 설립은 무산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또 IMF 관리체제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현대의 스코틀랜드 반도체공장 설립에 대한 향후 결정도 주목된다. 이와 함께 대우전자-삼성자동차 빅딜로 28개에 달하는 대우전자의 해외공장도 상당 부분 정리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영국 윈야드공장도 경기침체로 그룹내 투자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당초 계획과 달리 투자규모를 전혀 늘리지 않고 있다.【고진갑·김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