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최연혜 사장의 독일 들여다보기

■ 벤츠·베토벤·분데스리가
최연혜 지음, 유아이북스 펴냄


철도노조 파업 사태가 연일 화두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서 있다. 최 사장은 얼마 전까진 '어머니의 마음으로 노조원이 복귀하길 기다린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 노조원 가운데 7,000여명을 직위 해제하면서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의 향방은 아직 안갯속이지만 최 사장의 경영 철학을 만날 수 있는 책이 출간돼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 만하임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최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독일 전문가다. 그는 신간 '벤츠·베토벤·분데스리가'를 통해 독일의 교육, 사회, 문화, 정치 등 시스템 전반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독일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성공한 나라라는 사실에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독일은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가 가장 잘 정립된 나라이며,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은 지 오래고, 선진국으로선 보기 드물게 연 3~4%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7%의 실업률과 70%가 넘는 고용률을 자랑한다. 경제적 성과 못지않게 우리에겐 독일의 정치적 궤적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분단 45년 만에 통일을 이뤘으며 통일 후유증을 극복해 냈으며, 전통적 단일민족사회에서 다문화 사회로, 문화적으로도 한 단계 성숙한 사회로 진보하고 있다. 독일 통일에 이르기까지 서독 정부는 양독 간의 교류 확대를 위해 무엇보다 교통로의 연결이 전제돼야 한다고 판단했으며 결국 분단기에도 철마는 달릴 수 있었다.

최근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이 화두가 된 상황에서, 독일의 모델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저자가 독일이 지금의 성과를 이루게 된 배경과 과정에 주목하는 이유다.

저자는 독일 사회가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연대 의식이 유난히 강하게 형성돼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삶의 철학이나 방식에는 차이도 많다. 부자 나라인 독일 국민들의 삶의 방식은 믿기 어려울 만큼 소박하다는 점이 우선 눈길을 끈다. 물 한 방울, 석유 한 방울도 아끼며, 동전 한 닢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또한 분에 넘치는 자리를 탐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하는 자리에서 삶의 여유를 즐기며 사는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

저자는 "독일 국민들이 장기간의 저성장 시대를 거쳐 행복을 찾아가는 지혜를 찾은 것 같다"며 "대한민국이 꿈꾸는 사회, 통일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 독일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강조한다. 1만 4,000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