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수출이 잘됐다기보다는 경기침체로 수입이 대폭 감소한 데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09년 3월 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66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10월의 47억5,000만달러보다 20억달러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올해 1~3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85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경상수지가 이처럼 큰 폭의 흑자를 낸 것은 상품수지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수출입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수출 감소세는 2월의 19.4%에서 17.8%로 둔화한 반면 수입 감소세는 30.6%에서 35.8%로 확대돼 상품수지는 69억8,0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이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흑자 규모는 컸지만 수입이 급감했다는 점과 선박류를 제외한 주력 수출품의 수출 감소폭이 커졌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안감이 크다. 통관 기준으로 선박 수출 증가세는 2월의 47.3%에서 3월 63.1%로 확대됐다. 하지만 승용차는 -34.3%에서 -47.4%로, 전기ㆍ전자제품은 -21.5%에서 -23.9%, 기계류ㆍ정밀기기는 -27.0%에서 -31.3%로 각각 감소세가 커졌다. 반면 서비스수지는 적자 규모가 2월의 5억3,000만달러에서 6억5,000만달러로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수입이 줄고 지급은 늘면서 흑자 규모가 전달의 3억8,000만달러에서 1억2,000만 달러로 축소됐다. 소득수지는 12월 결산법인의 대외 배당금 지급 등으로 전달의 4억8,000만달러 흑자에서 2억2,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이전수지는 전달과 비슷한 5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흑자를 지속했다. 이영복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4월에는 배당금 지급으로 소득수지 적자가 커지고 환율 하락으로 경상이전 수지와 여행수지도 부진할 것”이라며 “그러나 40억~50억달러의 무역흑자가 예상되는 만큼 30억달러 내외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20일 현재 무역수지는 약 24억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