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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킹 맘인 김미행 씨(41)는 지난해 가을 초등학교 4학년인 주연이를 중국 항저우로 유학보냈다. 주연이는 부모님과 떨어져 항저우의 관리형 유학 기관인 로열 퀸스 아카데미(RQA)에서 지낸다.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는 미국 학교인 항저우국제학교(HIS)에서 공부한 후 RQA로 돌아와서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한 4~5시간 동안 주연이는 영어를 보충하고 중국어 수업을 받는다. 엄마 없이 지내기가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주연이는 "학교도 재미있고 친구들이랑 지내서 좋아요"라며 웃는다. 김 씨의 첫째딸인 정연이(초등학교 6학년)도 지난 2007년 캐나다 토론토로 유학가 지인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다. 김 씨는 "중국을 먼저 알았더라면 큰 아이도 중국으로 보냈을 것"이라며 "비용, 가까운 거리, 중국어 학습 등의 장점이 많아 캐나다보다 중국이 훨씬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중견 기업에 다니는 김 모씨(44)는 지난 2006년 10월 필리핀 마닐라의 파식시티로 아내와 함께 두 딸을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다. 김 씨는 당초 3년이 되는 올해 가족을 불러들일 생각이었으나 필리핀에 1년 더 머무르게 하기로 생각을 바꿨다. 중국 초등학교에서 5학년, 7학년인 김 씨의 두 딸은 오전에는 영어, 오후에는 중국어로 똑같은 과목을 배우는데 아이들에게 1년 더 시간을 주면 외국어 실력을 좀더 향상시킬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필리핀 페소화 환율도 달러화 상승으로 인해 유학 초기에 비해 20~30% 올랐지만 학비가 싼 편이라 부담이 덜하다"는 그는 "한국에서 들던 사교육비나 생활비 등과 필리핀 비용을 비교할 때 크게 더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기 유학 대상 국가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 환율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학비용에 힘입어 필리핀,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조기 유학 틈새시장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저렴한 비용뿐아니라 중국어까지 제2외국어로 배워둬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인식도 아시아 유학을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중국은 물론이고 2개국어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싱가포르나 화교가 많은 필리핀 등은 영어와 중국어를 두루 배울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07학년도 초중고 유학생 통계'는 아시아 유학 선호 현상을 뒷받침해준다. 전체 초중고 출국자수(해외 이주, 부모 파견 동행 포함)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1만4,006명으로 가장 많았고 필리핀,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가 7,421명으로 뒤를 이었다. 중국은 6,880명으로 3위를 차지해 캐나다(5,453명), 호주(2,030명), 뉴질랜드(1,833명)보다 우위를 보였다. 홍재화 에듀폴리오 유학원 대표는 "경기불황과 달러화 환율 급등으로 북미 지역 조기 유학 수요는 주춤한데 비해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유학 시장은 몇 년새 매년 2~3배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 유학에 대한 논란이 만만치 않지만 불황에도, 달러화 환율 급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는 유학을 떠나는 사람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닌, 학부모와 학생이 선택해야 할 문제인 셈이다.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아시아 조기 유학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 중국 중심 亞 조기유학이 뜬다
비용은 '보통' 효과는 '곱빼기' 세계경제 위기가 와도,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여도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지난해 국내 사교육비는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3월말 발표한 ‘2008년 국민소득 통계’ 결과 지난해 국내 가계의 교육비 지출은 사상 최대인 40조원에 육박했으며 사교육비는 이중 절반(47%)인 19조원이나 됐다. 이같은 교육비 총액은 우리나라 한 가구당 교육비로 연간 239만원을 지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올라 유학이 줄어들었겠거니 예상해도 오히려 그 이전보다 조기 유학생이 늘어난다. 강남교육청이 지난주 밝힌 ‘2008학년도 초등학생 유학 현황’에 따르면 ‘어린이 나홀로 유학’이나 기러기 가족 같은 순수 유학생 수가 하반기(9월1일~2월28일) 834명으로 상반기(3월1일~8월31) 416명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집계돼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침체가 본격화됐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했다. 특히 고환율로 인해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비용이 저렴하면서 영어와 제2외국어까지 배울수 있는 중국, 필리핀, 싱가포르 등은 조기 유학 시장의 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저렴한 유학 비용=불황에다 환율 급등까지 겹친 요즘 유학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의 학습효과를 낼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두 아이를 캐나다와 중국에 각각 보낸 김미행 씨를 예로 들면 캐나다로 간 첫째 아이의 경우 캐나다 학비 1만4,000달러, 홈스테이 비용 월 1,200달러 10개월치, 가디언(현지 보호자) 비용 월 480달러 10개월치, 버스비 2,000달러 여름 캠프 3,300달러 등을 합쳐 연간 총 3만6,200 캐나다 달러(한화 약 4,350만원)가 소요된다. 중국으로 간 둘째는 국제학교(HIS) 학비 2,880만원, 관리형 유학기관(RQA) 학비 월 110만원 등을 계산하면 연간 총 4,000여만원이 든다. 중국 유학 비용으로는 예상보다 비싼 편이지만 김 씨의 만족도는 높다. 그는 “중국은 중국어와 영어 2개국어를 배울수 있는데다 관리형 유학기관에서 방과후 수업, 악기, 미술, 스포츠 등 예체능교육, 봉사활동 등을 일일이 다 관리해주기 때문에 캐나다에 비해 결코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의 아이처럼 미국학교와 관리형 유학기관을 굳이 찾지 않을 경우 비용은 훨씬 덜 든다. 신입생을 모집중인 북경 세인트폴 미국학교 관계자는 “미국학교 학비와 기숙사비 등을 포함해 현재 2,500만원선이 든다”고 말했다. 필리핀에 두딸을 보낸 김 씨의 경우 학교에 내는 학비는 한학기에 1인당 100만~130만원이다. 세식구 생활비로 임대료, 식비, 대학생 영어과외비 등을 포함해 월 300만원 정도를 부쳐준다. 한국에 홀로 남은 자신이 쓰는 용돈까지 합쳐도 아이들 학원비 등 한국에서 네 식구가 살 때 들던 생활비와 비교하면 더 들지 않는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A유학원 관계자는 “미국 유학 비용은 1년에 5000만~6,000만원 이상 드는데 비해 동남아나 중국은 2,500만원선이면 가능하다 보니 아시아 유학의 경우 분당 일산 평촌 등 수도권 지역이나 지방 대도시 등 중산층이 몰려있는 곳에서도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제2외국어는 선택 아닌 필수=영어 조기 교육이 자리잡으면서 영어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의 경우 제2외국어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영어를 통해 중국어까지 배우는 중국이나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울수 있는 동남아 국가들이 선호되고 있다. 여기에다 국제중학교가 새로 생기면서 해외 유학을 고려하는 엄마들이 더 늘어났다는게 어학원 관계자들의 얘기다. S 영어학원장은 “국제중에 입학하면 사회, 과학, 수학 등 모든 과목을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에 배워야 하기 때문에 외국 생활을 한 학생이 유리하다”면서 “국제중에 보내려는 초등학교 엄마들 사이에 해외 유학이 반드시 필요한 스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고 설명했다. G어학원 관계자도 “영어 평준화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어렸을 때 배워둔 제 2외국어는 특목고나 대학 진학 때 가산점을 얻는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된다”고 말한다. 아시아의 교육 허브로 불리는 싱가포르의 경우 영어를 제 1필수언어로 하고 말레이어, 표준 중국어 및 타밀어 중 하나의 언어를 제 2필수어로 하는 2개국어 정책을 채택하고 있어 제2외국어를 원하는 학부모들에 어필한다. 중국의 국제학교도 미국계, 영국계, 싱가포르계 등이 있어 선택할 수 있으며 최근들어서는 아예 한국인 상담교사를 배치해 직접 상담해준다. ◇글로벌 연계교육 통한 글로벌화=중산층까지 조기 유학이 확산되면서 유학 패턴도 특성화ㆍ다양화되는 추세다. 한나라에서만 유학하는 경우도 많지만 중국이나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서 1~3년 공부한후 미국 사립고등학교나 캐나다 보딩스쿨(기숙사학교), 아이비리그로 진출하거나 한국의 특목고에 진학하는등 이른바 ‘글로벌 연계 교육’을 지향하는 사례도 많다. E유학원 관계자는 “유학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구체화되면서 아이들의 장래 희망에 맞춰 커리어와 포트폴리오를 설계하고 적합한 환경을 찾아 유학을 보낸다”며 “대학 입학 전에 1~3개국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홍재화 에듀폴리오 대표는 “조기유학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최종 교육 목표는 ‘글로벌 리더’인 만큼 가능한한 여러 나라에서 문화적, 언어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글로벌 리더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중국이나 아시아의 경우 한국에서 비행기로 최소 2시간, 최장 6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라는 점은 학부모들에게 매우 큰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유학원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10시간 이상 날아가야 하는 곳처럼 멀리 떨어져 있다는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을 유학 보낸 경우 안전이나 적응 문제, 자기관리 문제 등을 감안할 때 문화적으로 덜 이질적이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부모와 좀더 자주 접촉할수 있는 아시아권의 장점이 부각된다. 필리핀에 아이를 보낸 엄마 정 모 씨는 “아이들이 방학하면 언제든 가서 데려올수 있고 아빠도 금요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주말에 다녀올수 있어 이동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