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폐지 상장사 작년 4분의 1

임기응변 퇴출 모면..회계법인도 일조

올해 결산기 상장폐지 대상 기업은 7개사로 작년 29개사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기업들이 퇴출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교묘히 상장폐지를 피하고 있는데다 회계법인들도 고객사가 퇴출을 피할 수 있는 수준의 감사의견을 부여해 이들 기업의상장 유지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개사 퇴출 사실상 결정 = 1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가운데 2005회계연도 사업보고서 제출 최종 마감일인 10일 기준으로 퇴출이 사실상결정된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2개사, 코스닥 5개사로 모두 7개사다. 코스닥시장에선 사업보고서 마감일인 지난 달 31일까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기업은 7개사였지만 2개사가 감사의견 변경을 통해 퇴출을 모면했다. 에스피컴텍과 대한바이오가 2년 연속 매출액 30억원 미달로 퇴출이 확정돼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15일과 25일 각각 상장이 폐지된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통보 받은 세니콘은 정리매매 과정을 거쳐 8일자로 이미 상장이 폐지됐으며, 휘튼과 서원아이앤비도 감사의견 거절 사유로 20일과 25일에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AP우주통신이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 받아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으며 씨크롭은 2년 연속 50% 이상 자본잠식과 사업보고서 미제출 사유로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AP우주통신은 증권선물거래소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이고, 서원아이앤비와휘튼은 법원에 상장폐지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회계법인, 부실기업 상장유지에 일조 =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크게 줄어든 것은 제도적 허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자본잠식 사유로 퇴출위기에 몰렸던 14개 상장사는 사업보고서 제출 유예기간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또 회계법인이 쉽게 감사의견을 번복함으로써 부실기업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씨오텍과 성광, 로커스 등 3개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씨오텍과 성광은 처음에 '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과 '의견거절'을 통보 받았다가 재감사를 통해 각각 '회계기준 위반에 따른 한정'을 받아 상장을 유지할 수 있게됐으며 로커스는 '의견거절'이 '적정'으로 바꿨다. 이들 3개사는 모두 매출액보다 적자규모가 큰 부실기업이다. 회계법인이 '계속기업 존손능력 불확실성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내거나 '적정'의견을 주면서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특기사항으로 기재해 부실기업의 퇴출을 모면케 하는 것도 문제다. 올 결산기에 `계속기업 존속 능력 불확실성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은 10개사가운데 8개사는 적자규모가 매출액을 능가했고, 9개사는 자본잠식 상태다. 이 가운데 7개사는 두 조건에 모두 해당됐다. 또 작년 결산기에 `적정' 의견과 함께 감사보고서에 특기사항으로 `계속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성'이 기재된 38사의 2005년 실적을 봐도 절반인 19개사가 매출액보다적자규모가 켰고, 19개사가 자본잠식상태였으며 11개사는 두 조건에 모두 해당됐다. 올해도 무려 52개 코스닥기업이 이런 형태의 감사의견을 받아 상장을 유지했다. 심지어 J사는 매출액이 32억원으로 작년 대비 68.1% 감소하고 적자폭도 75억원에서101억원으로 늘었지만 감사의견은 작년 `한정'에서 올해 `적정'으로 바뀌었다. ◆자본잠식 탈출해도 기업 체질은 그대로 =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잠식 기준 퇴출 사유를 해소한 기업 가운데도 심각한 수준의 적자기업이 많아 증자자금이 기업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결산기에 유상증자 등 방식으로 자본잠식 기준 퇴출을 피한 18개사의 작년실적을 보면 72%인 13개사는 매출액보다 적자 규모가 컸다. 게다가 이들 기업 가운데 33%인 6개사는 올해 결산기에도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해서 유상증자 등의 방식을 동원했다. 올 들어 같은 방식으로 상장폐지를 회피한 14개사의 작년 실적을 봐도 12개사가매출액 규모를 초과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상장사들의 임기응변식 퇴출 회피 전략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감독기관은막을 방법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부실기업이 임기응변을 통해 상장을 유지하고, 이 과정에서 투기자금이 몰리면서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이 미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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