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판결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국계 미국인으로부터 빌려 도박에 탕진한 카지노칩을 외국환으로 간주, 추징금을 고지한 약식명령이 파기됐다.
서울지법 형사4단독 윤남근 판사는 27일 외환도피 혐의(외국환거래법위반)로 약식기소된 후 정식재판을 청구한 이모(41)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2만5,000달러를 고지한 약식명령을 깨고 벌금 300만원만 선고했다.
재판부는 "비록 카지노칩이 도박장에서 화폐처럼 사용된다고 해도 불특정 다수인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통화로 볼 수 없고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외국환의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추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은 정부의 허락 없이 외국과 지폐ㆍ은행권ㆍ주화ㆍ수표ㆍ우편환ㆍ신용장ㆍ환어음ㆍ약속어음을 거래하거나 빼돌리는 등 외환도피 혐의가 인정될 경우 이를 추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97년 3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소재 미라지호텔 카지노에서 한국계 매니저로부터 미화 2만5,000달러 상당의 카지노칩을 빌려 '블랙잭' 도박을 한 혐의로 약식 기소되자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김정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