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또 손으로 축구'

27일(이하 한국시간) 쾰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독일월드컵축구 16강 우크라이나와 스위스의 결전. 후반 14분 프리킥 찬스를 잡은 우크라이나의 간판 킬러 안드리 셉첸코(AC밀란)는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예리하게 오른발로 볼을 감았다. 커브를 그린 볼이 골문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 스위스가 쌓은 방어벽의 중간에서 있던 리카르도 카바나스(FC쾰른)가 점프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오른쪽 팔뚝으로 볼을 쳤다. 셉첸코는 득달같이 달려들어 주심에게 항의했다. 그러나 멕시코 출신의 베니토아르춘디아 심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 24일 하노버에서 열린 한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신의 손'으로 둔갑한 수비수 파트리크 뮐러(리옹)의 핸들링 장면과 비슷했다. 그러나 이날 스위스는 '손으로' 승리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승부차기 끝에 탈락의 고배를 든 스위스는 이날 심판 판정의 덕을 거의 보지 못했다. 본부석에는 스위스 출신인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프란츠 베켄바워 독일월드컵 조직위원장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지난 19일 한국-프랑스전 주심을 봤던 아르춘디아 심판은 비교적 공정하고 매끄럽게 경기를 진행했다. 드물게 경고도 1장 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스위스 팬들은 틈만나면 야유를 퍼부어댔다. 전반 40분 필리프 데겐(도르트문트)의 왼쪽 돌파를 우크라이나 수비수가 저지하자 '왜 파울을 불지 않느냐'며 아우성쳤다. 반대로 1분 뒤 우크라이나 윙백 안드리 네스마치니(디나모 키예프)의 돌파를 데겐이 저지하다 휘슬이 불리자 스위스 팬들의 야유는 더 커졌다. 연장 후반 스위스 공격수 마르코 슈트렐러(FC쾰른)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지만 안드리 후신(CSK사마라)의 육탄 방어에 막혔다. 스위스 팬들은 페널티킥이라며 마구 휘파람을 불어댔지만 아르춘디아 심판은 움쩍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볼을 막아낸 장면이 리플레이로 나왔다. 스위스 팬들은 120분 내도록 심판 판정에 야유를 쏟아붓다 승부차기에서 자기네1-3번 키커가 연달아 실축하는 장면을 보고는 스탠드에 풀썩 주저앉아야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