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peace) 코리아’ 함성

우리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6월을 창조했다. 87년 6월에 넥타이 부대는 민주주의를 향한 저항의 광장으로 뛰어나왔지만, 전쟁의 그늘을 깨뜨리며 민족에게 다가온 2000년 6월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최후의 냉전 지역으로 남아 있던 한반도가 해빙의 시기로 들어서는 순간 칠천만 겨레는 물론 온 지구촌이 평화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2002년 6월 세계는 우리 안에서 하나가 됐다.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일이 없는 나라가 단숨에 4강 신화의 기적을 만들어 냈고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물결의 향연을 보며 세계는 깜짝 놀랐다. 월드컵의 붉은 물결은 평화의 제전을 자축하기 위한 한민족의 하나된 노래였다. 월드컵에서 폭발된 열기는 촛불시위와 반전 평화운동, 그리고 대통령선거로 이어졌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떠오른 가장 소중한 우리의 희망은 바로 `우리 자신의 변화된 모습`이었다. 업 그레이드 코리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었다. 그것은 또한 흰옷을 즐겨 입고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에 대한 거대한 `재발견`의 과정이기도 했다. 이제 한국을 찾는 사람이면 그런 일상 속의 평화를 누리게 될 것으로 알았다. 또 다시 모란꽃이 피는 6월이 돌아왔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의 평화지수는 매우 불안정한 수준이다. 북핵 문제로 촉발된 한반도의 위기상황은 우리의 평화지수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2000년 6ㆍ15의 아름다운 추억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남북관계는 치닫고 있고, 5ㆍ15 한ㆍ미정상회담의 `추가 조치(further steps)`에서 5ㆍ25 미ㆍ일정상회담의 `더 강경한 조치(tougher measures)`로 위험지수는 높아지고 있다. 한민족의 가슴속에 꿈틀대는 뜨거운 평화의 에너지가 다시 솟구치게 해야 한다. 갈기갈기 찢긴 6월의 함성을 되살려야 한다. 우리 자신의 자조와 냉소를 넘어 답답한 마음을 떨치고 월드컵에서 확인했던 그 뜨거운 함성으로 이 땅에서 우리 안의 평화로 거듭 물결치게 해야 한다.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청산하고 `오, 필승 코리아`를 `오, 피스 코리아(Oh, Peace Korea)`의 함성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전갑길(국회의원ㆍ민주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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