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부검결과 발표 등·엉덩이 2곳 총창… 많은 출혈로 사망한듯 정부, 진실 규명 위해 '국제공조 카드' 등 검토
입력 2008.07.16 21:35:31수정
2008.07.16 21:35:31
정부는 16일 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 사건과 관련, 현장 조사 없이는 정확한 사거리 추정이 불가능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북측이 우리 정부의 현장조사를 계속 거부할 경우 정확한 사건정황을 파악할 길이 없어 이번 사건은 사실상 장기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국제공조 압박 카드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북측이 강경 방침을 고수할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이날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가진 고(故) 박왕자씨의 정밀 부검 결과를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북측 초병이 원거리에서 총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더 자세한 거리는 추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검 집도의인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법의학 부장은 “부검 결과 등과 엉덩이 등 2곳에서 총창이 발견됐다”며 “사거리는 내부 장기 손상 등을 종합할 때 원사(遠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사란 장총인 경우 사거리가 1~2미터 이상일 때를 말하며 원사의 경우 거리에 관계없이 사입구(射入口ㆍ총알이 들어간 구멍)가 동일한 형태이기 때문에 부검으로서 발사거리를 추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두발의 선후관계를 파악할 수 없었다”며 “현장의 여러 상황을 수집한다면 이를 연계해 법의학적 재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부장은 사인과 관련해서는 “간과 폐 손상에 많은 출혈을 일으키며 사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현장조사 없이는 진실 규명이 힘들다고 판단, 국제 사회의 공조카드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오는 2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의 박의춘 외상에게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문제를 제기하고 북한 당국의 합동조사 수용과 진상규명 협조를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핵 문제 등에서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만 대화한다는 이른바 ‘통미봉남’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북한이 우리 정부의 국제 공조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할 경우 북핵 문제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대북 대화 채널이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 국제 공조 방안이 북한에 대해 쓸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북측이 이에 불응한 채 계속 강경 방침을 고수할 경우 마땅한 추가 대응책이 없다는 점도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