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었어요?"(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
노동조합의 저지로 2주 동안 출근하지 못했던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5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으로 첫 출근을 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 행장이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을 막다가 지난 4일 노사 공동 협약식을 개최해 화해했다.
은행 내부에서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은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은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파국을 맞지 않은 게 중요하다"며 "은행장이나 노조나 서로 노력한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이번에도 통과의례 식으로 주고받기 식 출근 저지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말이다. 실제 지난주부터 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시간 외 수당 조정 같은 얘기가 나돌았다. 노사의 협약 내용에도 '근로조건 향상' '직원 사기진작 방안 마련'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부분이 향후 수당이나 복지 부분 확대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새로 오는 최고경영자(CEO)와 각을 세워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 여건을 향상시키는 게 최우선이다. 나쁜 일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이 그럴 때인가. 2ㆍ4분기 은행 수익은 전년 대비 반 토막이다. 금융감독원이 나서 "적자 점포를 구조조정하라"고 할 정도다.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상당수 서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 노조가 앞뒤 재지 않고 자기 배만 불린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은행 노조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주요 은행들의 평균 연봉은 7,560만원에 달한다. 은행 업무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직업 가운데 일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대우를 받는 곳이 은행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은행권 노조는 연 8.1%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틈만 나면 실력행사에 바쁘다.
때만 되면 반복되는 은행 노조의 밥그릇 찾기 '쇼'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이나 은행원들 스스로를 위해서다. 여론의 대대적인 임금삭감 요구라는 역풍이 언제 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