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사람] 정강찬 서울지법 판사 테너데뷔 '노래하는 판사' 독주회… 수익 불우이웃에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co.kr 노래하는 판사 정강찬(사진ㆍ사법연수원 23기). 그는 법원 내 스타다. 법복을 입고 있을 땐 형사 사건을 다루는 근엄한 판사지만, 법복을 벗으면 '오 쏠레미오~'를 열창하는 테너 성악가다. 지난 2월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테너 정강찬 독주회'도 열었다. 딱딱한 법원에서 그의 노래는 다른 판사들의 마음까지 따듯하고 여유롭게 해주고 있다. 정 판사가 성악계에 본격 입문한 것은 4년 전. 어릴적부터 노래를 좋아했던 그의 재능을 눈치 챈 피아니스트 서혜경씨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그 후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ㆍ태평양 헌법재판관회의 환송만찬에서 성악가로 데뷔했다. '잘 자요, 아가씨들(Good Night, Ladies)'이라는 노래의 2절을 '안녕히 가세요, 판사님들(Good Bye, Justice)'로 재치 있게 바꿔 불러 외국 재판관들의 갈채도 받았다. 그는 왜 노래를 시작했을까. 그의 성격은 그리 원만하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집안에 우환이 겹쳐 마음에 깊은 상처도 안았다. 그래서 마음을 다스리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어릴 적부터 사랑했던 음악이었다. 서씨가 정 판사의 재능을 간파하고, 성악을 권유하자 그는 망설임 없이 수락했던 것이다. 정 판사는 "노래를 하면서 얻게 된 인생의 여유와 기쁨이 사람을 변하게 했다"며 기뻐했다. 처음에는 자기만을 위해 노래를 시작했는데, 이제는 이웃을 위한 노래를 부를 정도로 여유로워졌다. 지난 2월 독주회 때 들어온 수익금 500만원은 불우이웃에 되돌려 줄 참이다. 다음달에는 소년ㆍ소녀 가장을 위한 콘서트에도 초청 받았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게 정 판사의 생각이다 법원의 다른 판사들은 그를 '별종'으로 보기 보다는, 같은 판사로서 자부심을 갖는다. 그는 자신이 속한 음악동호회 공연에 동료 판사들을 초청해 직접 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는 "풍류를 알아야 명 판결도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음악을 통해 찾은 그의 따뜻한 마음이 그에게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의 가슴 속에도 전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