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ESS 제주 조천변전소 가보니… 리튬이온배터리로 전기 저장·공급 조절

삼성SDI 셀·모듈 등 자체기술 활용
8㎿h급 ESS로 연10억 절감 가능

서경원 삼성SDI ESS개발팀 수석연구원이 제주 조천변전소에 설치된 ESS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SDI

제주공항에서 차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제주 조천읍 조천변전소에는 바람이 드셌다. 돌ㆍ바람ㆍ여자가 많아 삼다도라더니 역시 제주의 바람은 만만치 않았다. 변전소 입구에 들어서자 좌우로 나란히 연결된 컨테이너박스 8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는 사람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커다란 컨테이너박스의 정체는 최근 전력대란의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다.

ESS는 심야시간 등 주로 전력부하가 낮을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주간 피크시간 등 전력수요가 몰릴 때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다. 전세계적으로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공급은 따라가지 못해 전력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ESS가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송전전압을 낮춰 각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에 ESS를 설치한 것도 송전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보다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변전소에 ESS가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전력이 국책과제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제주 조천변전소 ESS 프로젝트에는 삼성SDI가 파트너로 참가했다.

삼성SDI는 조천변전소에 자사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한 1㎿h급 ESS 8대를 설치, 지난달 29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8㎿h의 ESS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특히 1㎿h급 ESS 8대를 병렬로 연결해 운영하는 것 역시 국내 첫 시도다.

조천변전소 내에 자리한 컨테이너박스 한 대에는 총 1㎿h 규모에 달하는 4,608개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이 배터리들로 구성된 ESS는 전력소모가 적은 시간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전력소모가 많을 때 사용해 부하 변동량을 고르게 하거나 최대 피크치에서 최고 부하 자체수치를 내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절감되는 전기료는 1㎿h급 ESS당 연간 1억3,000만원이다. 조천변전소에 설치된 총 8㎿h급 ESS는 산술적으로만도 매년 10억원이 넘는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한국전력은 오는 2017년까지 총 6,560억원을 투자해 전국 주요 변전소에 ESS를 설치할 계획이다. 윤용범 한전 ESS연구사업단장은 "이번 조천변전소 프로젝트는 그동안 개념적인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던 ESS사업을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화함으로써 전세계 ESS시장을 선점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조천변전소를 시작으로 향후 전국 변전소로 ESS 설치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ESS 설치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2차 전지업체들 간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한전의 ESS 구축사업 입찰에는 삼성SDI와 LG화학ㆍ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들이 모두 뛰어든 상태다. 그 중에서도 삼성SDI는 이번 조천변전소 프로젝트 참여로 축적한 대규모 ESS 설치ㆍ운영경험을 앞세워 시장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서경원 삼성SDI ESS개발팀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설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 운영경험을 쌓는 건 힘든 일"이라며 "더욱이 경쟁사와 달리 삼성은 셀과 모듈, 전지관리시스템(BMS), 배터리 패키징까지 모두 자체 기술을 확보해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한전이 추진 중인 ESS 구축사업의 절반 이상을 수주하는 것이 1차 목표다.

ESS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서 수석은 "그동안이 씨를 뿌리는 시기였다면 내년부터는 서서히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현재 미주ㆍ유럽ㆍ중남미 등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가 임박한 단계로 내년은 올해보다 ESS 판매량이 15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