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국와 FTA 협상때 프랑스 문화산업 빼기로

EU 무역장관 프랑스 주장 받아들여
G8 정상회의서 협상 개시 선언 전망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프랑스 문화산업 분야를 일단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자국 문화산업을 미ㆍEU FTA에서 제외해야 교섭에 찬성하겠다고 버티던 프랑스의 주장을 EU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로써 EU 집행위원회는 27개 회원국 모두에 협상 시작에 필요한 권한을 위임 받았다. 이에 따라 17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주요8개국(G8) 정상회의에서 공식 협상개시 선언이 나올 것으로 보이며 양측의 FTA 협상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무역장관들은 14일 룩셈부르크에서 12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회의 끝에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프랑스의 영화와 TV프로그램ㆍ음악 등 문화 분야를 일단 제외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교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프랑스 문화 분야를 FTA에 포함하는 사안을 EU 차원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그동안 프랑스는 EU로부터 이번과 비슷한 제안을 여러 차례 받아왔으나 협상 개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그동안 프랑스 편을 들던 벨기에와 이탈리아 등이 프랑스를 설득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프랑스 또한 문화 분야를 제외하는 데 대한 확실한 권한을 쥘 수 있다는 확인을 받으면서 입장을 바꿨다.

이에 따라 17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G8 정상회의에서 협상 개시가 공식 선언될 것으로 보인다. 빈스 케이블 영국 산업장관은 "세계 양대 경제블록 간 FTA 협상 시작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미ㆍEU FTA에서 프랑스 문화산업 분야가 완전히 제외됐다고 인정 받은 것이 아니어서 향후 미국과 EUㆍ프랑스 간 갈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카를 더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분명히 해두겠다. 지금은 프랑스 문화 분야가 교섭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향후 얼마든지 다시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프랑스 측은 사실상 프랑스 문화 분야가 협정에서 제외된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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