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주가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지속되고 있는 북한 리스크에 엔화약세, 실적부진마저 겹치면서 코스피지수가 맥을 못 추자 증시를 바라보는 눈높이 자체가 내려가고 있다.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발표 시즌이 시작된 최근 한달 간 상장사의 목표가를 낮춘 증권사들의 보고서는 총 341건으로 높인 경우(287건)을 크게 웃돌았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 등으로 낮춘 경우도 48건으로 중립에서 매수 등으로 상향한 건수(24건)의 2배에 달했다.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에 끼어있던 거품을 빼고 현실을 직시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ㆍ일본 등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증시와 국내증시와의 괴리현상이 지속돼 주식시장이 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증권사들은 실적발표를 앞둔 주요 상장사 89개사 중 67개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춰 잡았다. 3개사 중 2개사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낮춘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흑자에서 적자로 예상치가 바뀌었고, 대한항공 영업손실 전망은 386억원 적자에서 2,174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또 현대상선(-599억원), 한진해운(-407억원), STX팬오션(-290억원), 한진중공업(82억원) 등 해운ㆍ조선업계의 영업전망도 크게 낮췄다.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조정하다 보니 오히려 어닝쇼크는 예년에 비해 줄었다. 지난 26일까지 1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상장사 41곳 중 30% 가량이 어닝쇼크를 기록해 50%를 넘어섰던 지난해 하반기 보다 감소한 것이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GS건설 등의 어닝쇼크로 1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시작돼 여느 때 보다 걱정이 컸지만 증권사들이 기대치 자체를 낮춤에 따라 충격은 오히려 적은 모습”이라면서도 “글로벌 증시와의 비동조화 현상이 이대로 고착화되면 주식시장 자체가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을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