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채비율 100% 아래로

[韓銀 '3분기 기업경영분석']
극심한 투자부진 지속… 美ㆍ日보다도 낮아
수출 늘었지만 원가부담 커져 실속은 줄어

기업들이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내실경영을 추구한 결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 자기자본 중 ‘빚’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또 수출이 잘돼 돈은 많이 벌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커져 실속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ㆍ4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상장ㆍ등록법인 1,560개사의 3ㆍ4분기 평균 부채비율은 98.1%로 지난 분기 102.5%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지난 2001년 말까지만 해도 상장ㆍ등록법인의 부채비율은 219%에 이르렀었다. 이러한 부채비율은 미국(2003년 기준) 154%, 일본(2002년 말) 156.2%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재무구조가 탄탄해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문제는 기업들의 투자가 극도로 부진하고 현금만 쌓아놓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 변기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기업들은 생산활동을 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주체인데 최근에는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아 남는 현금이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상장법인과 코스닥ㆍ금감위 등록법인 업체들이 보유한 현금은 44조원, 이중 5대기업의 보유현금은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ㆍ등록 법인의 보유현금은 지난 분기 45조원보다는 소폭 줄어든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유형자산증가율은 2ㆍ4분기 중 1.1%에서 3ㆍ4분기에는 0.5%로 하락, 꽁꽁 얼어붙은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보여줬다. 유형자산에는 기계설비와 기업들이 구입한 토지 등이 포함된다. 전반적인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불구, 부실업체들의 재무상태는 더욱 악화하는 등 기업간 격차가 커진 것도 문제다. 부채비율 200%를 초과하는 업체의 비중은 6월 말 15.9%에서 9월 말 16.8%로 0.9%포인트 늘었다. 자기자본을 모두 깎아먹은 자본잠식 상태의 기업들도 2003년 말 1.4%, 올해 6월 말 1.8%, 9월 말 1.9%로 증가추세다. 기업들의 수익성은 예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좋지만 올 들어서는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ㆍ4분기 조사 대상업체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9.9%. 1,000원어치를 팔아 99원을 남겼다는 이야기다. 이는 전년동기(8.4%)에 비해서는 높지만 1ㆍ4분기 12.4%, 2ㆍ4분기 10.2%에 이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ㆍLG전자ㆍ포스코ㆍSK㈜ 등 매출액 상위 5대기업의 경상이익률도 같은 기간 20.3%, 18.8%, 16.7% 등으로 악화하고 있다. 변 국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매출원가가 올라 수익성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출증가 등으로 인해 매출액 전체는 전년동기보다 21.3%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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