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채권 16년만에 신용 강등

피치 "지방정부 부채 심각"
'AA-'서 'A+'로 한단계 낮춰
국가 등급은 그대로 유지


중국 위안화 채권, 16년만에 신용 강등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중국의 위안화 장기채권 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렸다. 중국 주요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1997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피치는 위안화 표시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낮춘다고 9일 발표했다. 다만 신용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됐다.

피치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 지방정부 채무가 심각한 수준이며 투명성이 없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피치는 중국 은행권 여신이 지난해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35.7%에 달했으며 '섀도뱅킹(신용중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은행처럼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 및 금융상품)'까지 합치면 비율은 198%까지 치솟는다고 추산했다. 2008년 말 현재 125%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국가신용등급인 외화 장기채권은 'A+' 등급이 그대로 유지됐다. 피치는 외화 장기채권 등급을 유지한 배경에 대해 "방대한 보유외환으로 뒷받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3조3,87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공공부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피치가 처음으로 등급을 낮춤에 따라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추가 강등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현재 두 기관은 중국의 위안화 표시 장기채권에 대해 각각 피치보다 한 단계 높은 'Aa3'와 'A-'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피치의 이번 결정이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안화 표시 채권이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주로 거래된다는 점을 들어 이같이 내다봤다.

실제 이날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0.02% 오른 2,226.13으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위안화가치는 달러당 6.1939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의 지방채무와 섀도뱅킹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도 이 문제가 당장 중국에 금융위기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루팅 이코노미스트는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당장 금융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헤지펀드 업계의 큰손인 조지 소로스도 중국의 섀도뱅킹이 2008년 금융위기를 일으킨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경고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앞으로 몇년은 남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CNN머니는 "중국 금융 시스템이 아직은 위험지대에 들어가지 않았다"며 "적정 수준의 금융 소요가 중국에는 오히려 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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