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간 합병이 노조의 반발이라는 앙금을 남긴채 강행되고 있다.
양 은행 경영진은 지난 주말 장은 직원들의 임금을 30% 삭감하되 직급은 낮추지 않기로 합의하고 이를 각 직원에게 공지한데 이어, 31일 합병승인 주총을 강행하기 위해 국민은 지난 21일, 장은은 22일 각각 주총소집공고를 냈다.
그러나 장은에 대한 국민은행측의 불만이 쌓여가는데다 장은의 내부 갈등이 심해지고 있어 앞으로 추진될 합병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급작스레 발표한 합의내용=합병 발표때부터 꾸준히 논란이 됐던 양은행간 급여 차이는 행장간 합의에 따라 장은 직원들의 임금을 30% 가량 삭감해 서로간에 균형을 맞추게 됐다. 단 국민은행 직원들보다 5~7년가량 승진이 빠른 장은 직원들의 현재 직급은 하향조정하지 않기로 합의됐다.
양 은행은 또 늦어도 내년 3월까지 새로운 인사제도를 수립할 예정이지만, 3월말까지 인사제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때는 앤더슨컨설팅회사의 자문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국민과 장신이 한시적인 독립사업부 형태로 운용된다.
◇국민은행의 불만=국민은행 직원들은 그러나 이번 합의내용이 합병추진위원회가 정상적인 경로를 밟아 도출한 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19일까지 인사·조직에 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노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랴부랴 안을 만들어 합의를 요청했다는 것. 그만큼 장은 경영진이 노조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컨설팅 결과에 따라 합추위가 결정할 사안에 대해서까지 노조가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장은 경영진측이 노조의 주장에 끌려다니는 것같다』고 말했다.
◇내부갈등 심해지는 장은=20일 오세종(吳世鍾)행장과 주총을 연기하려는 노조위원장간 철야협상 결과 본래 21일로 예정된 주총소집공고는 22일로 연기됐다. 노조는 은행장간 합의사안에 대해서도 『구조조정 등 핵심사안이 빠졌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한편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주총장에서 발언권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총반대에 나설 계획이다.
이같은 주총강행 반대는 노조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20일 오전 과장·차장급이 주총연기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합병추진위원회 실무진조차 노조입장에 동조한다는 결의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1, 2급 직원들은 예정대로 주총을 실시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상위직급·경영진과 직원들간 의견이 양분된 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1일자로 합병실무를 주관하는 종합기획·총무(인사)부장이 전격 교체된 것도 이같은 내부갈등때문으로 알려졌다.【신경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