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채무재조정 프로그램 활용법

신용불량자가 구제 받을 수 있는 길이 넓어지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라 조건과 혜택이 들쭉날쭉 하지만 이 달 말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면 다음 달부터는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 최대한 빨리 신용불량 딱지를 떼어버릴 수 있다. 일정한 소득이 있어서 매달 빚을 갚아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신용회복지원위원회로 찾아갈 것을 권한다. 여러 금융기관에 빚이 있지만 연체금액이 그리 크지 않은 신용불량자의 경우 산업은행과 LG투자증권이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재산이 없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준비하는 채무탕감 프로그램을 알아봐야 한다. 또 은행 1곳에만 빚이 있는 신용불량자는 해당 은행에 문의하면 원금감면, 분할상환 등을 상담할 수 있다. ◇3억원 미만 신용불량자는 신용회복지원위로=2개 이상의 금융회사에 3억원 미만의 빚을 지고 있는 신용불량자가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지원 대상이다. 은행, 카드, 대금업체 등 총 34개 금융회사의 채무를 돌려막다가 포기하고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빚이 3억원 이상이거나 아직 신용불량 상태가 아닌 경우 상담은 가능해도 신용회복지원(개인워크아웃)을 받을 수는 없다. 지난 9월말까지 3만 여명이 신청, 1만773명이 이 제도를 통해 채무재조정을 확정 받았고 나머지 2만 여명도 연말까지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일단 개인워크아웃을 받으려면 최저생계비(현재 4인 가족기준 101만9,411원) 이상 수입이 있어야 한다. 최저생계비 이하일 경우 배우자 및 가족 등의 지원을 받아 신청할 수 있고, 다음 달부터는 취업창구를 마련해 신용불량자의 취업도 직접 알선한다. 개인워크아웃 대상이 되면 연체금은 연 6%대의 이자만 내면서 최장 8년까지 나눠 갚을 수 있다. 원리금의 30%까지 감면받을 수도 있다. 신청, 접수에서 확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3개월 정도. 전화상담이 폭주해 통화가 어려운 만큼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는 편이 낫다. 서울 명동에만 있던 상담소도 최근 영등포, 대구, 대전, 부산, 광주까지 대폭 늘어났다. ◇소액 신용불량자는 한신평정보 이용=다음 달부터 산업은행과 LG투자증권이 한신평정보를 통해 본격적으로 채무재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2개 이상 금융회사에 3,000만원 이하, 연체기한 48개월 미만인 소액다중채무자가 대상이다. 다중채무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개인워크아웃제도와 비슷하지만 채무재조정에 대해 일일이 개별 금융기관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한국신용평가정보가 일괄처리 한다는 점은 다르다. 이른바 약식 개인워크아웃이다. 구체적인 채무재조정 방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입 금융회사의 빚이 전체 재무의 50%를 넘으면 채무재조정안을 확정한 뒤에 신용회복지원위원회로 넘기기 때문에 절차가 1달 밖에 안 걸리는 게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모든 금융회사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단점. 국민(국민카드 포함)ㆍ우리ㆍ하나ㆍ조흥ㆍ기업 등 5개 은행과 삼성ㆍLGㆍ외환ㆍ신한ㆍ현대카드 등 5개 카드사를 이용한 사람만 대상이다. ◇금융회사가 손실로 처리했다면 KAMCO=부실채권정리기구인 KAMCO(자산관리공사)는 카드 등 금융회사가 손실로 처리한 부실채권을 싼값에 사들이기 때문에 원리금의 최대 70%를 감면해도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채무재조정 대상은 재산이 없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개인으로 다중채무자는 안 된다. 상환기간은 현 5년에서 신용회복지원위원회와 같은 수준인 8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파격적인 원금감면으로 논란이 된 KAMCO의 채무조정안은 좀 더 세부조율을 거쳐 선보일 전망이다. 지나친 탕감으로 다른 금융회사의 채권추심을 어렵게 하고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은행서도 빚 탕감=국민은행은 자체 신용불량자들을 대상으로 장기 분할상환과 원리금 감면 등 채무조정에 나서고 있다. 채무상환능력과 소득을 감안해 최장 7년간 분할상환 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연 6~7.5%의 낮은 금리를 적용해 사실상 총 채무액의 50%까지 감면되는 혜택을 준다. 이 제도는 연말까지 시행한다. 이 밖에 하나ㆍ신한ㆍ우리은행 등도 원금감면 폭을 확대하고 상환유예기간을 늘리는 등 신용불량자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단, 다른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많이 진 다중 채무자들은 혜택을 받기 어렵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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