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둘러싼 한화와 산업은행의 법정 공방이 올해 결론을 못 내고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화ㆍ산은 공방은 당초 서울중앙지법으로 넘어올 때만해도 세 차례의 조정을 거친 상태여서 매듭이 쉽게 지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양측의 지루한 논리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한화가 지난 2009년 1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후 법원에 '이행보증금 반환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조정을 신청한 시기는 같은 해 6월. 세 번에 걸친 조정이 모두 불발로 끝나고 11월에 사건이 민사재판부로 넘어왔지만 소송은 1년이 지난 올해 6월에야 시작됐다. 두 회사의 입장은 1년 전 조정센터에서 주장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노조 측의 반대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기업실사와 금융위기를 양해각서(MOU)가 깨진 이유로 꼽았다. 반면 산은은 한화의 인수자금 동원력이 부족했고 대우조선해양 임원 고용승계가 보장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이처럼 논쟁이 명확하지만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 이유는 계속되는 증인신문 때문이다. 한화는 당시 M&A 과정에 참여했던 경영기획실 이재무 상무와 노무관리 담당 배용태 상무를 증인으로 신청해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강조했다. 산은 역시 M&A를 담당하고 있는 김석균 팀장 등을 불러 '한화의 이행보증금 반환 요구는 법률 자문을 거친 MOU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논리를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가급적 빨리 처리하려는 산업은행을 보증금을 되찾아야 하는 한화가 새로운 법리 주장을 통해 묶어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사건 담당 재판부는 "소송에 걸린 금액도 크고 한화와 산업은행의 입장차가 뚜렷하기 때문에 급하게 결론을 끌어내기보다는 순리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든 유사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더욱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 현재 법원에는 동국제강과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이에 231억원 규모의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도 계류돼 있다. 앞서 진행된 신영기업과 한국리스 여신 사이의 유사소송에서 법원은 '기업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가 발생했더라도 인수하는 회사가 이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입찰조건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