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銀 파업] 정부대책 '헛바퀴'

[국민·주택銀 파업] 정부대책 '헛바퀴' 예금대지급 실제론 "연내 불가능" 다른 은행을 통한 예금 대지급 등 정부가 지난 25일 내놓은 국민ㆍ주택은행 파업 대책들이 은행 영업창구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갈수록 파업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발표를 믿은 일반 고객들은 이날 해당 은행 영업점을 찾아왔다 은행 문이 닫혀 있거나 원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자 직원들에게 거세게 항의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기업들도 어음할인과 대출이 제대로 안돼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하거나 신용장 거래가 어려워지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국민·주택은행의 전산실 직원 상당수가 이날 근무지에서 이탈, 파업이 길어져 전산시스템이 전면 마비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예금 대지급 올해 불가능 정부는 기업, 한빛, 신한은행에서 국민ㆍ주택은행의 고객 예금을 대신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 영업점에서는 예금 대지급이 불가능했다. 한빛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금을 대신 지급하려면 국민ㆍ주택은행의 통장을 다른 은행 컴퓨터가 읽고 입출금 등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전산 시스템으로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는 예금 대지급을 위해 새로운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밝혔으나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ㆍ주택은행의 전산실 직원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지만 대부분 파업에 참가하고 있어 개발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회의를 한 결과 프로그램을 개발해도 테스트 기간 등을 고려하면 올해안에는 예금 대지급이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며 "정부도 전산 프로그램 대신 다른 방법으로 예금 대지급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ㆍ주택은행의 예금을 담보로 다른 은행에서 대출해줄 수도 있지만 이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금을 담보로 대출할 경우 통장에 잔액이 있다는 확인을 해주고 출금 금지 처리까지 해야 하지만 현재 인력으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거점 점포도 정상 운영 어려워 정부는 주택은행 59개, 국민은행 29개 등 모두 88개의 거점 점포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날 거점 점포에서도 정상 영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29개의 거점 점포중 오전 영업시간과 함께 문을 연 곳은 10여곳에 불과했다. 오후에는 모두 20여개의 거점 점포가 문을 열었지만 서울 명동의 국민은행 본점 영업점조차 문을 열지 못해 헛걸음을 한 고객들이 많았다. 주택은행도 이날 25개의 거점 점포를 추가해 계획보다 많은 84개 거점 점포가 문을 열었다고 밝혔지만 여수, 전주 등 당초 문을 열기로 했던 곳이 문을 열지 못했다. 문을 연 거점 점포도 자동화기기와 기본 업무만 처리했을 뿐 등 정상 운영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점포당 대여섯 명이 근무하고 있어 기본 업무 밖에 처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금인출기 등 자동화기기에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오후들어 현금 인출이 늘어나면서 현금이 부족해져 은행 직원이 가까운 점포에서 급히 현금을 가져와 채워넣는 상황이 되풀이 됐다. 거점 점포를 찾아가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도 거의 불통이었다. 국민ㆍ주택은행은 신문광고 등을 통해 거점점포 안내전화를 알렸지만 두 은행 모두 대부분 통화중이며, 어렵게 연결이 돼도 직원과 통화하려면 "은행 내부 사정으로 연결이불가능하다"는 메시지만 뜨고 있다. 이날 국민은행 본점을 찾은 K씨는 "아파트 계약금을 내야 하는데 어떻하느냐"며 "정부는 어제 문제가 없다고 큰 소리 치고는 지금은 왜 말이 없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파견 직원 큰 도움 안돼 정부는 기업은행 직원 138명을 주택은행에, 농협 직원 114명을 국민은행에 파견해 어음 교환과 금융 업무를 대신하겠다고 했으나 파견 직원들이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아침에 해당 인원을 국민ㆍ주택은행에 파견했다"며 "이들이 국민ㆍ주택은행의 시스템을 모르기 때문에 어음 결제만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금감원에서 파견한 검사역들은 사실상 영업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적어 손을 놀리기 일쑤였다. 한 지점장은 "금감원 검사역들이 파견나왔지만 창구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며 "괜히 앉아 있으면 고객들의 불평이 커질 것 같아 아예 다른 곳에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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