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가 대기업들의 치열한 로비와 당리당략 접근으로 주요 대기업 대표들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이 올해도 불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정무위 간사인 한나라당 김부겸, 민주당 조재환 의원은 최근 수차례 접촉해 대기업 대표이사 등 고위 간부 60~70명에 대한 증인채택에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최종조율을 남겨 놓고 양당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김대중 대통령 아들 홍걸씨와 한나라당 이회창 아들 정연씨를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맞서 난항을 겪고 있다.
조 의원은 이와 관련, "정치공세식 증인신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고, 김 의원도 "정연씨 증인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간사간 합의가 안될 경우 '총무회담으로 넘길'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기업의 다각적인 로비로 대기업 대표들이 증인채택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증인채택 대상에 오른 대기업들은 이른바 '국감대책반'을 대거 투입,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기업은 상임위와 무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고위 당직자까지 접촉하면서 로비활동을 전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재벌기업들이 각 의원실을 돌며 증인명단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청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기업들의 대대적인 로비활동 시인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양당간 절충시간은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주요 대기업 대표 증인채택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증인채택이 예상됐던 한 기업체 관계자도 "거의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양당은 당초 교부금 축소납부 파문에 휩싸인 SK텔레콤을 포함해 한국통신, LG 카드, 삼성카드 등 유명 대기업 대표 190명을 증인채택 대상으로 삼았다가 협의과정에서 50명 안팎으로 대폭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 김미영 간사는 "국회안에서 논의되는 일이라 손쓸 수 있는 일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의원들 스스로 당리당략 자세를 버려야 겠지만 시민단체들도 해당 의원들의 속기록 발언 등을 체크하면서 대기업과의 유착관계를 감시하는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