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지난 9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치고 광화문으로 진출하기 위해 가두행진을 하면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화염병을 던지며 극렬 시위를 벌였다. 서울 도심에서 사라졌던 화염병이 2년8개월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노동계의 폭력 시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보수 언론들은 불법행위를 하는 노동계를 몰아세우며 그들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쇠파이프와 화염병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노동자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폭력을 통한 문제 해결방식은 구시대적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민주노총에게 뒤집어 씌울 수 있을까. 참여정부는 노사엄정 중립을 지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7월 철도파업 이후 공권력으로 노동계를 제압하는 등 중립성을 잃은 지 오래다. 노동계는 지난 6일 경찰의 과잉진압이 폭력으로 내모는 데 한 몫 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찰이 특수기동대를 전면에 배치해 갑자기 곤봉으로 때리고 방패로 찍는 등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서 당했다”며 “50여명이 부상당하면서 경찰에 또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목이 터져라 개선을 요구하는 손배ㆍ가압류,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정부는 정권초기부터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정치권에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제공, 권력에는 줄대기를 하면서도 노동자에게는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노동자에게 되돌아가야 할 임금ㆍ복지 비용 등이 고스란히 `정권유착`비용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동계의 행위는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툭하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정부와 정권에 기생해서 특권을 누리려는 재계도 과연 떳떳할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전용호(사회부 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