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넛지(nudge)'전략을 도입해 직원들과 고객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넛지전략은 강제적인 금지나 특별한 홍보활동 없이도 인간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기법으로 최근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은행 내 모든 남자 소변기 중앙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 직원들의 화장실 사용문화를 바꾸고 있다. 하나은행 화장실의 변화는 리처드 탈러 교수가 저술한 '넛지'를 통해 변기 밖으로 뛰는 소변의 양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탈러 교수는 이 책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는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볼일을 보는 남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파리를 맞추려 하면서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크게 줄었다"면서 "파리를 겨냥하라는 조언조차 하지 않았는데 상당한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고객 유치에도 넛지전략이 활용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10월26일부터 은행 수수료를 없앤 'kdb 프리미어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이 상품에 가입하면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거래시 모든 은행의 ATM 인출 및 이체수수료와 인터넷뱅킹 수수료가 면제된다. 영업점이 50여개에 불과한 산업은행으로서는 영업창구가 1,000여개를 넘는 다른 은행들과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고객들에게 거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수수료 부담은 산업은행이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고객을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수수료 부담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켜 자연스럽게 산은 예금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요란하지 않은 방법으로 고객들의 마인드를 바꿀 수 있고 개인수신 기반이 취약한 산은의 영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