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정을 눈먼 돈으로 알고 부당청구해 축내는 이들은 강력히 처벌하고 쓴 돈을 모두 환수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 혈세를 도둑질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아직 이에 관한 법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감사원이 2010년 이후 12개 공기업의 부당급여 집행을 45건이나 적발하고도 1건밖에 환수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재정 허위·부정청구 등 방지법(재정환수법)' 추진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권익위가 최근 입법 예고한 재정환수법 초안을 보면 허위·부정청구로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재산상 손해를 전액 환수할 뿐 아니라 고의적 또는 상습적 허위·부정청구는 최대 5배까지 환수금을 물리도록 했다. 허위·부정청구 신고자에게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주고 신변보호를 법으로 보장하는 조항도 담겼다. 권익위는 관계기관과의 협의와 입법 예고를 거쳐 연내 정홍원 국무총리 명의로 국회에 제출한다고 한다. 신속한 법안처리를 국회에 당부한다.
국민 세금을 쌈짓돈 쓰듯 하는 도덕적 해이는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다. 올 2~6월 감사원이 공기업·금융공공기관 33곳을 심층 감사한 결과 잘못된 사업으로 인한 손해와 낭비한 예산이 10조원이나 됐다. 건보재정의 경우 최근 5년간 건강검진 138만건이 부당 청구됐고 정부·지자체 산하 1만2,000개 협회·단체가 축낸 보조금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미국은 1863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시절 부정한 재정수령에 손해액의 3배를 환수하는 '링컨법'을 만들었다. 링컨법엔 재정의 부정청구에 대해 국민이 정부의 이름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강력한 규정을 담았다. 그 정도로 당시 미국의 재정보호 의지는 확고했다. 반면 우리는 부정청구로 나라 곳간이 줄줄 새는 것을 알면서도 수십년째 눈감아왔다. 그만큼 한국의 선진국 진입도 지연됐음은 물론이다. 더 늦지 않게 나랏돈 부정청구를 근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