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12월 13일] 소통 사라진 채권시장

송영규 증권부 차장대우 지난 10월14일 채권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당시 사상최저치인 3.08%까지 급락했고 기관과 외국인들은 시장에서 물량을 사들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발단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리를 동결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시장에서는 금융정책당국이 금리인상을 시사해 놓고 동결한 데 대해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직진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비슷한 혼란이 최근에 또 벌어졌다. 지난 7일 국고채 3년물의 지표채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새로운 지표채권의 수익률이 급등락을 반복한 것이다.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사재기에 나선 후 다시 꺼내 놓지 않으면서 거래량도 급감했다. 평소 1조원 안팎으로 거래되던 국고채 3년물 거래량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새로운 국고채 지표물의 장외시장 거래규모는 700억원이 채 안됐고 10일에는 거래액이 아예 ‘0’이였다. 이러다 보니 시장에서는 새로운 국고채 3년물에 대해 ‘더 이상 지표물이 아니다’라고 평가를 하는 분위기다. 하루 거래액이 300억원, 거래건수가 1~3건에 불과한 채권이 어떻게 지표물의 역할을 하겠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껍데기만 지표물’이라는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지금 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로 시장의 흐름을 판단한다는 것은 완전히 넌센스”라며 “지표물을 지표물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이 채권딜러들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시장에서 보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간단했다. 정부가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전혀 대응하지도, 대응할 계획도 세우고 있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고채 발행 계획만 해도 그렇다. 최근 국고채 3년물은 시장의 화두다. 유통성이 워낙 좋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집중적인 구애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올들어 외국인들이 대거 국채 매수에 나서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를 외쳤고 그 결과는 ‘이상한’ 지표물의 탄생으로 연결됐다. 시장과 소통을 차단한 독단이 결국 이러한 시장의 파행을 만들어 낸 것이다. 원인이 소통의 부재라면 해답은 간단하다. 소통을 하면 된다. 정부가 시장의 가격 결정자는 아니지만 그것이 시장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표물이 지표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그것은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책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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