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대공황이 한참 진행 중이던 1933년 3월6일 월요일 아침. 경성 명치정 증권가에 조선취인소의 휴장을 알리는 호외가 뿌려졌다. 일본의 '쇼와금융공황'에 이은 '세계대공황'으로 빈사상태에 빠진 경성의 금융가에는 큰 충격이었다.
원인은 미국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사태로 뉴욕증권거래소가 토요일(4일)부터 폐쇄됐기 때문이었다. 그날은 미국의 32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취임식이 열리던 날이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한 후버 정부와 신임 루스벨트 정부의 정권이양에 따른 금융계의 혼란이 가중됨에 따라 은행을 비롯한 증권시장 등이 폐쇄된 것이다. 미국은 이미 2년 전인 1931년 세계대공황으로 '후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바 있었기에 충격이 더 컸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휴장은 12일간이나 이어졌다. 15일 재개장한 뉴욕증권거래소는 폭등세를 보였다. 53.84포인트로 휴장을 맞았던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재개장 당일 62.10포인트까지 8.26포인트가 급등, 무려 15.3%의 폭등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1896년 다우존스지수가 발표된 이래 37년 만의 사상 최대 상승기록이었다.
모라토리엄은 전쟁ㆍ천재ㆍ공황 등에 의해 채무이행이 어려워진 경우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채무의 이행을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단기적으로는 모두 한 국가의 지불 능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사실상 국가 부도를 의미한다.
이렇게 국가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미국 증시가 역사적인 반전을 보일 수 있었던 원인은 다우지수가 대공황 직전인 1929년 9월3일 386.10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40.56포인트까지 3년간 이미 89.5%나 폭락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뉴딜정책'으로 대선에 성공한 루스벨트 신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믿음도 반영됐다. 결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4선에 이르며 재임 중 204%의 주가상승으로 역대 3위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 정부는 17년 만에 셧다운(정부 폐쇄) 사태를 맞고 있다. '오바마 케어'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으로 인해 예산안 통과 기일을 넘겨 정부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사태를 맞은 것이다. 셧다운 장기화 우려로 미국 경기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17차례의 과거 미국의 셧다운 사례를 보면 모라토리엄과는 다르다. 경제적인 문제에 기인한 모라토리엄 상황과 달리 현재의 셧다운 사태는 정치적인 문제로 촉발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