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감세법안 '누더기' 논란
기준 애매하고 실효성도 떨어져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여야 합의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감세 법안에 대해 ‘누더기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오는 12일 본회의 처리를 앞둔 종합소득세ㆍ양도소득세ㆍ법인세 등의 과표구간별 세금인하 시기가 제 각각이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감면 대상 주택 장기보유 기준이 통일돼 있지 않은 등 문제투성이라는 지적이다. 부가가치세는 한시적 면제 품목과 세액공제 확대 대상 업종 지정을 놓고 형평성 문제까지 나왔다.
이는 당초 정부가 세제간소화에 중점을 둔 세제개편 방향이 국회 심사과정에서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납세자들의 혼선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감세안에 대한 국회의 졸속ㆍ부실심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특히 이번 감세안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1년도 안 돼 관련 세법이 다시 개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경제통 의원들과 세무 및 부동산 전문가, 학계, 경제단체 등으로부터 여야 합의 감세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여야의 정치적 협상과정에서 정부의 조세체계 간소화 원칙이 퇴색하고 복잡해졌으며 감세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해졌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 같은 의견은 세법을 처리한 재정위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왔다. 특히 이들은 감세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여야 간 ‘부자감세’ 논란 등으로 원칙 없는 ‘누더기 입법’을 낳았다고 꼬집었다. 또 경기진작, 서민 세부담 완화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경제현장에서 느끼는 감세효과가 미지근하다는 실효성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나라당 재정위 소속 의원은 “이번 감세안이 조세를 간소화하고 체계적으로 통일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에 공감한다”며 “재정위 의원 중 상당수가 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1주택 장기보유자 세 감면 기준에 대해 “양도소득세는 ‘3년 이상’ 보유시 세 감면을 받는 데 비해 이번에 합의한 종부세 개정안에서는 ‘5년 이상‘이나 ’10년 이상‘ 보유시 공제를 받도록 해 ‘주택 장기보유’기준이 더 혼란스러워졌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대기업(과표기준 2억원 초과 구법인)에 대한 법인세 2%포인트 인하시점을 2년 뒤로 미룬 것도 무원칙이라는 비판을 샀다. 당장 내년이 세계적인 경기저점으로 우려되는데 2년 뒤 법인세를 내리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 익명을 요청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계효과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과표 2억원 초과 법인) 감세를 미룬 채 중소 협력업체들을 감세하면 경기진작 등의 효과가 감소된다”며 “야당의 ‘부자감세’ 논리에 밀려 여당이 타협을 본 것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양도세에 대해서는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경기 광명시의 안수남 세무사는 “양도세 감세안을 보면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을 내렸지만 그 정도라면 집을 팔지 않고 더 기다리겠다는 심리가 강하다”며 “다주택자에게도 주택 장기보유 공제를 적용하는 것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다주택자들의 주택매각을 유도한다는 취지가 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했다.
이밖에도 음식점에 대한 부가가치세 공제가 추가로 확대되면서 제조업 등 타 업종과의 형평성이 더욱 악화됐다는 지적과 종합소득세 세율인하를 과표구간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 ‘서민감세’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 제기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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